'임금없는 성장' 맞나...학계, 소득주도성장론 두고 연일 공방

10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심포지엄
주상영 교수 "비정규직 임금은 덜 상승"
"생산성·임금 같이 갔다" 분석에 반박

출범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싸고 이론적 타당성에 대한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소득주도성장론의 전제가 된 ‘임금 없는 성장’이 통계적으로 뒷받침되는 사실인지 여부다. ‘토대부터 잘못된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쪽과 오히려 ‘기존 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쪽 사이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0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선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5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의 명목임금은 경제 전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올라갔으나 근로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임시직, 자영 노동자의 임금은 크게 뒤처졌다”고 주장했다. 1975~2017년간 노동소득분배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자료=주상영 건국대 교수,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는 최근 박정수 서강대 교수가 2000~2017년 간 명목임금과 생산성이 함께 상승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을 정면 반박하는 자료다. 박 교수는 이를 토대로 소득주도성장의 전제가 된 ‘임금 없는 성장’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이 부적절한 통계와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된 만큼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키를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 교수는 박 교수가 ‘5인 이상 상용근로자’의 임금 자료를 분석의 기초자료로 사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5인 이상 상용근로자는 전체 취업자의 절반 가량밖에 안된다”며 “자영업자나 임시직, 일용직 등 나머지 근로자는 모두 배제한 상용근로자만의 임금을 총 취업자의 생산성과 비교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 명목임금을 취업자의 명목생산성으로 나눈 ‘노동소득분배율’의 변화 추이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임시직, 자영업자의 임금은 생산성에 비해 오르는 속도가 크게 뒤처져 있으며 상용근로자의 임금도 구매력으로 따지면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임금 없는 성장’이 통계적으로 증명되는 사실이라는 얘기다. 생산성 증가 속도가 더딘 데 대해서도 “노동생산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본의 생산성도 증가가 둔화되거나 정체된 상태”라며 “노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점유·사용하는 대기업, 산업 및 기업구조조정을 지연하는 시장 관행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다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개혁 정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정 학파의 이론으로 협소하게 인식되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등 노동정책에만 치중한 인상을 주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중도개혁 지향의 일반경제정책에 이르기까지 외연을 넓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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