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왼쪽 세번째) 롯데그룹 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 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미국 유화공장 준공식에서 이낙연(〃 두번째) 국무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케미칼
롯데가 9일(현지시간)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입한 미국 루이지애나 석유화학 공장을 완공하면서 화학을 확실한 그룹의 주력으로 내걸었다. 롯데는 연간 81만톤의 에틸렌 생산이 가능한 롯데케미칼 타이탄을 비롯해 미국에서도 공장을 운영하게 돼 명실상부한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우뚝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교현 롯데 화학 BU(사업) 총괄 사장은 10년 내 매출을 30조원 이상 확대해 글로벌 7대 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은 이날 루이지애나 유화 공장 준공식에 앞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석유화학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을 명확하게 밝혔다. 화학 계열사 사장단이 신 회장 옆에서 기밀에 속하는 투자 계획에 관한 질문을 막았지만 그는 “괜찮다”면서 인도네시아는 물론 현대오일뱅크와 합작기업인 현대케미칼이 3조원 이상을 투입할 국내 사업 확장 계획까지 거침없이 설명했다. 신 회장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인도네시아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건설도 연내 착공될 것이라고 전하며 4조원 이상을 투입해 100만톤 이상의 에틸렌을 생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과 유통을 전문으로 성장해온 롯데가 수출 비중이 큰 화학을 새 날개로 장착한 것은 신 회장의 의지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후 노무라증권을 거쳐 롯데에서 그가 첫 경영 수업을 시작한 곳이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이다.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호남석화에 ‘롯데’ 상호를 배제했다. 그러나 화학 사업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 신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이듬해인 지난 2012년 말 KP케미칼을 흡수 합병한 호남석화를 롯데케미칼로 바꾼 후 삼성정밀화학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 나갔다.
특히 신 회장은 이번 미 루이지애나 유화 공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경영자로서 통찰력과 뚝심을 대내외에 확인시켰다. 셰일 혁명의 향방이 불확실했던 2015년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공장 건설을 결단하기도 했다. 한때 국제유가가 급락해 셰일 존폐 위기가 거론됐지만 신 회장은 탁월한 국제 감각으로 셰일을 기반으로 한 유화 공장 건설을 밀어붙여 단숨에 세계 화학 기업들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대부분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이는 에틸렌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 데 롯데케미칼의 루이지애나 화학 단지는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원료로 해 생산원가가 절반가량 낮다. 이 때문에 롯데 루이지애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은 영업이익률이 37%에 달해 한 해 3,3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유화 공장의 증설을 조기에 준비하는 것도 이 같은 경쟁력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엑슨모빌과 로열더치셸뿐 아니라 일본·대만 화학 업체들도 셰일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공장 건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김교현 사장은 “국내외 신규 투자를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최근 수립했다”며 “현재 롯데케미칼이 세계에서 22위 규모인데 10년 후에는 글로벌 7대 화학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삼성정밀화학과 말레이시아 타이탄 인수에서 보듯 인수합병(M&A)을 병행해 위상을 높일 것”이라며 “예비 인수기업 대상들에 대한 목록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루이지애나=손철특파원 양철민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