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韓 현무·러 이스칸데르와 '닮은꼴'...요격 어려워 더 위협적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88> 北이 쏜 미사일 정체·위력은
러 미사일 추종 개발한 듯...전술유도무기 다각화 주목
장사정에 정확도까지 갖춘 300㎜ 방사포도 '치명적'
北 단거리 무력시위 계속 가능성...軍 대응수단 개발중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연달아 ‘무엇인가’를 쐈다. ‘무엇’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탄도미사일과 전술유도무기·발사체 등이 혼용된다. 혼선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으로 봐도 탄도미사일임이 분명한데 ‘미사일’로 부르기를 꺼리는 게 역력하다. 과연 북이 쏜 ‘뭔가’의 실체는 뭘까. 놀라운 점은 겉모습이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 2B’ 탄도미사일과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이란성 쌍둥이 격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남북한의 최신 전술 탄도미사일이 닮은꼴로 인식되는 이유와 각각의 위력·대응수단을 살펴본다.

◇남북한, 러시아 탄도미사일이 세쌍둥이?=북한이 4일 쏜 발사체는 무엇인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전술유도무기’라고 규정하지만 사진이 공개된 5일 새로운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SS-26)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전술유도무기라는 국방부의 평가가 의심받은 것도 이때부터다. 둘은 실제로 많이 닮았다. 그런데 외형이 비슷한 탄도미사일이 하나 더 있다. 우리 군의 최신 탄도미사일인 현무 2B 역시 닮은꼴이다. 남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옆면을 보면 한눈에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왼쪽부터 우리 군의 현무 2B 미사일,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발사한 ‘전술유도무기’. 기술이 발달할수록 무기의 외형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으나 세 미사일은 닮은 점이 많다./38노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의도하지 않게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무기란 기술이 발달할수록 겉모습도 닮아가는 사례가 많다. 미국의 F-15전투기와 옛소련의 미그-29·SU-27전투기는 공기 흡입구와 쌍발엔진, 두 개의 수직꼬리날개를 가졌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더욱이 일체형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라면 디자인이 단순해질 수밖에 없고 닮은꼴로 나올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 기술이 공유됐을 가능성. 러시아가 한국에 빌린 경협 차관을 군수물자와 기술로 대신 상환한 ‘불곰사업’에서 이스칸데르 기술이 한국에 들어와 현무 2B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국형 위성발사체(KSLV)와 북한의 은하 3호 로켓에 러시아 기술이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경쟁 가능성도=북한은 우리보다 러시아 기술을 접할 통로가 많다. 미사일 개발의 출발점이 옛소련제 스커드미사일을 뜯어보고 역설계 제작한 리버스엔지니어링이어서 러시아 기술에 대한 이해 자체가 높다. 북한이 이번 두 차례 무력시위에서 공개한 단거리미사일은 북한의 유도무기 개발 다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호까지도 기본적으로는 스커드미사일 추진로켓의 발전형이었지만 이제 러시아제 신형 단거리미사일을 빠르게 추종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우리의 미사일 개발 능력도 진화하고 있다. 시작은 우리가 빨랐다. 국산 지대지미사일 개발을 공표한 1978년 9월. 박정희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2단 로켓으로 구성된 국산 백곰 지대지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해 일본까지 긴장시켰다. 북한이 이집트에서 몰래 들여온 스커드미사일을 분해 연구하고 있을 때 미사일 시사에 성공하며 앞서나갔다. 전두환 정권이 연구인력을 대거 해고하고 연구를 중단하는 과정을 겪으며 국내 미사일 기술 속도는 늦어졌지만 현무 2시리즈부터 정상궤도를 되찾았다. 군이 현무 2D 등 새로운 전술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어 남북 간 단거리미사일 개발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성능은?=북한이 공개한 자료에 미뤄 4일과 9일 쏜 발사체는 동일한 탄종으로 보인다. 각각 280㎞, 420㎞를 비행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전역을 사정권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말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면 대응이 매우 어렵다. 우선 비행고도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막기에는 너무 낮고 패트리엇 미사일로 방어하기에는 너무 높다. 설령 방어무기가 나와도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처럼 종말 단계 편심비행 기능을 갖췄다면 요격이 더 어려워진다. 편심비행이란 종말 단계에서 음속의 7배 이상 속도로 자유낙하면서도 궤적을 바꾸는 것. 초고속 이동 타깃도 잡기 어려운 판에 불규칙성까지 갖춘 적성 미사일이 등장한 셈이다.

◇방사포 정확도가 사실이라면 ‘치명적’=더욱 위협적인 무기는 대구경방사포(다연장로켓)다. 방사포 기술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최초의 방사포 격인 신기전이 조선 초기에 등장하고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은 소련 카투사 로켓 공격에 혼쭐이 났다. 대구경 다연장로켓도 새로울 게 없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초반부터 대구경 장거리방사포를 개발, 수출해왔다. 문제는 정확도. 북한은 공개한 선전용 동영상에서 방사포의 정확도를 과시했다. ‘소리만 요란하고 대규모 밀집부대 제압용 정도로 쓰이던 동구권 방사포’와 달리 북한이 4일 발사한 300㎜ 방사포는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때렸다.

북한이 대내외선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도장치를 설치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 군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평택 험프리 기지와 오산공군기지는 물론 계룡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혼용 운용한다면 대응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육군도 미국에서 직수입한 다련장로켓(MLRS)과 국내 개발한 천무 시스템을 수백기 보유할 예정이나 사거리 70㎞ 이내의 도발 원점을 타격할 수 있을 뿐이다. 북한이 9일 시험발사에서 선보인 신형 자주포까지 공격에 가세한다면 현재로서는 대응할 수단이 없다.

◇군, ‘대응수단 개발 중’=이론적으로 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감시능력. 고성능 레이더와 정찰위성으로 북한 상공에 보이지 않는 감시망을 짜는 것이다. 레이더는 그린파인 2기와 이지스구축함이 맡는다고 해도 위성감시 능력은 한국군의 독자적인 군사위성이 가동될 오는 2020년대 초중반까지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상공 전역을 덮을 수 있는 안전망. 대공미사일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쇠의 천장)’처럼 방사포탄 대응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시간이 걸리고 단순히 소구경로켓 몇 발을 방어하는 이스라엘과 달리 수십·수백개 로켓이 쇄도하는 한국적 작전환경에서 큰 효과가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국방부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불규칙 궤도까지 추적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 체계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 시스템(M-SAM) 역시 러시아 기술이 들어가 있다.

◇북, 무력시위 더 있을까?=북한이 왜 연달아 무력시위에 나섰는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많다. 미국에 대한 불신과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감, 북한군 내부의 불만 무마 등 온갖 분석이 나돈다. 북한의 단거리용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보내는 ‘장거리는 중단하고 단거리 투사체 개발에 집중한다’는 메시지라는 풀이도 있다. 북한이 과연 미국을 덜 자극하기 위해 중장거리미사일 발사 버튼을 유예할지, 미국이 북한의 이런 계산대로 움직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가늠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한 가지다. 우리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다양한 형태로 점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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