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못지 않은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나섰다.
자신의 정치적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자존심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일괄타결식 빅딜’을 포기하며 양보하기보다 초강수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맞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행동으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난 바 있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대미 비난 수위가 극에 달하자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는가 하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노딜’이라는 초강수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를 바라는 김 위원장의 도발 의도와 달리 국제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하는 초유의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로 북미 대화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 의회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을 비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대북 비핵화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 제일 못하는 게 잘못을 인정하는 거다. 공개적으로는 안해도 북미간 소통채널 있으니 물밑에서는 공개적으로 경고를 할 가능성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벼랑 끝 전술에 맞서 벼랑 끝 전술로 대응할 것을 예고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발사체를 ‘소형 단거리 미사일’(smaller missiles, short range missiles)로 규정하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을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발사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들은 보다 작은 미사일들이었다.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며 “아무도 그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는 잘 살펴보고 있다”며 “지켜보자.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직설적인 비난은 없지만 대화를 강조했던 전과 달리 상당히 언짢은 기분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 때와 달리 미 국방부도 이날 신속하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미 당국은 전날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는 등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을 기정 사실화하며 대북제재 압박을 높일 뜻을 명확히 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발사를 계기로 그해 12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금지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대북 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직접 압류하고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화책보다 강경책으로 기울면서 김 위원장의 벼랑 끝 전술이 자충수가 되고 있다. 김일성·김정은 선대 때 미국의 카운터파트들과 달리 북한의 낡은 전술이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통하지 않는 형국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까지는 힘들겠지만 미국이 할 수 있는 카드를 훨씬 더 강화할 수 있다”며 “경제제재 강도가 현재 10이라고 했을 때 3 정도인데 이 압박수위를 더 높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