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2,108.04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가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증시 격언이 한국 증시에 적중할까. 5월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증시에 급락장의 공포가 드리워졌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가 10일 가까스로 상승 마감했다. 이날 전 거래일보다 6.03포인트(0.29%) 오른 2,108.04에 거래를 마쳤으나 장중 한때 2,090.39포인트까지 내렸다. 코스피가 장중 2,1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올해 1월 16일(장중 저점 2,091.92)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지난 9일에는 하루 동안 66.00포인트(3.04%) 내린 2,102.01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 15일의 2,097.18 이후 약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하루 낙폭과 하락률은 지난해 10월 11일(98.94포인트·4.44%)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해 투자자들에게 ‘검은 10월’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코스피가 급락할 때 급등하는 특성으로 ‘공포지수’로 알려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15.48% 오른 18.28로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 10일 30.4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9일 1,179.80원으로 마감해 종가 기준 2017년 1월 16일(1,182.1원)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예고대로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종전 10%에서 25%로 올렸다. 다만 중국산 화물이 선박으로 미국에 도착하는 데 3~4주 정도 걸려 관세 인상이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고 미중 양국이 협상을 지속하기로 한 것이 막판 증시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이 무난히 타결될 것이라는 당초의 낙관적인 전망 대신 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게 됐고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국내 증시의 버팀목이 됐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옵션만기일인 지난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세로 돌아서 10일에도 3,23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최초 가시화한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신흥 시장의 자금 출혈이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이번 관세인상은 올 3월 이후 등락을 반복 중인 신흥 시장 주식형 자금 유출의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