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11일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항에서 아프리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프랑스 특수부대에 구출된 한국인 여성(가운데) 등과 함께 활주로를 걸어가고 있다. /빌라쿠블레=AP연합뉴스
아프리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프랑스 특수부대의 구출작전 끝에 살아서 귀국한 프랑스인들에 대한 현지 시선이 싸늘하다. 정부가 여행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 위험지역으로 떠났다가 납치된 이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항 활주로로 직접 나가 전용기편으로 귀환한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을 맞이했다. 미국인 여성 인질 1명은 현지에서 미국 이송 절차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귀환식에는 통상 있어야 할 화환 증정식이나 환영인파 등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외무·국방장관과 군 합참의장,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대동하고 피랍 후 구출된 3명과 일일이 악수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표정도 어두웠다. 이러한 분위기의 원인은 간소한 환영식 후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됐다. 그는 생방송으로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어디에 있든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도 “두 군인이 숨졌다.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행사들도 외무부의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출된 프랑스인 2명이 납치된 서아프리카 베냉 북부의 부르키나파소 접경지대인 펜드자리 국립공원은 지난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아프리카의 유명 관광지인 동시에 테러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위험지대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이 지역의 접경지대인 부르키나파소 남서부를 여행금지를 권고하는 ‘적색경보’ 지역으로 설정한 상태다. 한국 역시 부르키나파소 북부는 철수권고 지역, 남부는 여행자제 지역으로 각각 지정했다.
인질구출 작전에서 숨진 두 군인은 프랑스 해병 최정예 특수부대인 ‘위베르 특공’ 소속으로 인질의 안전을 우려해 발포하지 않고 맨몸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달려들다 근접사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14일 이번 구출작전에서 희생된 장병 2명에 대한 추모식을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인들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구출된 프랑스인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이번에 구출된 인질들에 한국인 여성이 포함된 가운데 한국 외교부가 지난 28일 동안 자국민 납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부르키나파소와 베냉 지역 공관에 접수된 우리 국민의 실종신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현섭기자 박우인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