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로보어드바이저 이제야 걸음마

금융투자업계 유일한 핀테크
과도한 요건에 벤처 등 발묶여
본격 성장 올해부터 시작될듯

로봇이 자산운용을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는 금융투자업계의 사실상 유일한 핀테크다.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투자 자문, 자산 관리를 소액을 굴리는 개인도 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2016년 3월 금융상품 자문업의 활성화 일환으로 국내에 도입됐지만 벤처, 스타트업에 과도한 수준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 비대면 투자일임 금지 등으로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태였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도입 2년 만에 비대면 투자일임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고, 3월에는 투자일임업 자기자본 요건을 기존 4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지만 벤처와 스타트업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탓에 본격적인 성장은 올해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 이후 먼저 움직인 것도 금융투자사보다는 명맥을 이어왔던 로보어드바이저 업계다.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은 지난달 투자 일임계약은 물론 운용지시 등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핀트’를, 쿼터백자산운용은 모바일 앱인 ‘쿼터백’을 출시했다. 콰라소프트는 인공지능(AI) 애널리스트 서비스인 ‘왓이즈펀드’의 시험 버전을 이달 초 선보였다. 이들 업체는 규제가 풀리기 전까지 적자를 감수하거나, 해외 시장을 전전하며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해왔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분위기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이들 영업망에 ‘더부살이’를 해야 하고, 운용사의 펀드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벽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외부 자문위원회인 금융산업경쟁도 평가위원회는 지난달 “핀테크 기업에 증권업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