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세계 석학들, 한국 기초과학 대중화·R&D 해법 내놓을까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 한국 기초과학의 방향성 제시
'생각의 탄생' 루트번스타인, 창조·과학적 사고 훈련법 소개
세계 싱크탱크 관계자들 토론서 연구환경 문제점·대안 모색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1위 국가인 한국의 포장지를 한 꺼풀 벗겨 보면 곧장 어두운 과학계의 단면을 마주한다. 입시철만 되면 이공계 기피현상이 불거지고 노벨상이 발표되는 10월에는 기초과학계의 현실을 개탄하며 옆 나라 일본의 수상 소식을 부러워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선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후발주자인 중국 등에 의해 서서히 잠식되고 있지만 단기성과 위주의 연구 풍토와 지원정책의 큰 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4~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9’는 ‘다시 기초과학이다: 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연구기관,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등 국내 과학계 수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현실을 진단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포문은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칭송되는 로벨리 교수가 연다. 로벨리 교수는 오는 15일 기조강연을 맡아 ‘시간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기초과학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4차 산업혁명 등에서 기초과학의 역할을 제시한다. 로벨리 교수는 지난 1988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루프양자중력이론을 발표하며 블랙홀의 본질을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다. 물리학의 두 기둥인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서도 풀리지 않은 물리학적 과제에 도전한 그의 느리고도 철저히 고민한 결과가 바로 루프양자중력이론이다. 로벨리 교수는 “억지로 과학을 접하고 배우도록 독촉할 필요가 없다”며 “느리게, 시간을 낭비해가면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궁금증을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테디셀러 ‘생각의 탄생’의 저자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교수는 16일 특별강연으로 과학적 사고에 대한 본인의 생각 훈련법을 소개한다. 그는 “흔히 ‘과학적 사고’의 핵심은 ‘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뿌리는 사실 그리 체계적(systematic)이지 않다”며 “오히려 객관화한 논리보다 ‘상상’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가 강조했다. 이어 “‘내 전문 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다채로운 경험이 상상의 원천이자 놀라운 발견에 이르는 조건”이라며 “이번 서울포럼 2019에서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학문을 결합해 창조적 생각에 이르는 특이한(idiosyncratic) 생각 훈련법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열리는 세션 1·2·3에서는 보다 본질적인 국내 기초과학 시장을 만들기 위한 연구환경의 문제점과 대안이 제시된다. 세션 1에서는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 등 유수 싱크탱크의 관계자들이 글로벌 연구기관의 지원체계를 소개하며 한국의 현실을 진단한다. 염 부의장과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등은 토론자로 나서 한국 과학계의 현실과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다. 세션 2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업적이 사업화 단계로 가지 못하고 ‘사문화’되는 연구 풍토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찰스 리 미국 잭슨랩 유전체의학연구소장과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기초연구가 사업화로 이뤄진 사례 등을 소개하고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한국의 연구환경에 맞는 사업화 해법에 대해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세션 3에서는 누구나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교육에 대한 해법 등이 제시된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과 서은숙 메릴랜드대 교수가 미국 등 기초과학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주제로 강연하고 대중적인 집필활동으로 일반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로벨리 교수, 루트번스타인 교수가 토론자로 나서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풀어낼 예정이다.

한편 14일에는 토머스 렘봉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 응우옌바끄엉 베트남투자청 부청장 등이 참여하는 신남방 포럼이 개최된다. 포럼에서는 KOTRA와 협업을 통해 신남방 주요국과 신남방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의 1대1 비즈니스 상담회도 열린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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