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과기한림원장이 지난 3월18일 과학기술회관에서 본지가 개최한 ‘과기(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의 과총 회장, 과기한림원장, 공학한림원 회장, 의학한림원 회장 특별좌담회에서 이공계 병역특례 감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제DB
“정부 연구개발(R&D) 기획·선정 등의 평가과정에서 평가자의 전문성을 대폭 높여야 합니다.”
한민구(71·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12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상피제를 안 할 수 없으나 탄력적인 운영을 검토하고 평가위원의 수준을 높여 그들에게 더 많은 평가시간과 평가비를 줘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 박사인 그는 뉴욕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를 지낸 뒤 지난 3월 과기한림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연간 6만개가 훌쩍 넘는 정부 R&D 과제 선정과 관련해 평가의 전문성 제고를 거듭 강조했다. 현재는 평가위원에게 보안을 이유로 1주일 전에 통보하고 평가자료도 늦게 주며 평가비도 박한 편이다. 더욱이 과제 제안자나 참여 희망자와 같은 대학이나 기관에 몸담고 있는 평가위원은 평가에서 제외하는 상피제로 인해 평가 풀이 좁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평가위원을 늘리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쓰는 게 연구자의 R&D 예산을 줄이는 게 아니다”라며 “논문 편수나 인용지수 등을 따지는 정량평가를 안 할 수 없으나 질적인 평가로 전환하는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성평가의 대표적 수단으로 꼽히는 동료평가(peer review)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R&D 기획·선정에서 피어리뷰를 해도 평가자에게 권한을 많이 안 준다. 물론 미국에서도 불만이 나온다”며 만능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평가자에게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고 자율성과 책임성도 부여해 평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 설문조사에서는 정부 R&D 기획·평가 방식이 정량평가에 의존해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담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연구자의 74%(매우 동의 39.2%·동의 35.2%)가 찬성 의사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 원장은 과기특성화대 이외의 대학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의 병역특례 감축에 반대하는 한편 기술이전 시 연구자의 몫 확대 등을 위한 세제개편을 강조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