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권 2년을 4년 같게 만든 게 누군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간의 부적절한 대화가 구설에 올랐다. 두 사람은 10일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것도 모른 채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담을 나눴다. 이 원내대표가 “정부 관료가 말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해야”라고 하자 김 정책실장은 “그건 해달라.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고 답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가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해”라고 하자 김 정책실장은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관료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부터 살펴야 한다. 정부는 지금 국민들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다시 미사일을 쏘는데도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며 오히려 식량 지원에 속도를 낼 태세다. 이런 정책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관료가 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칭찬하고 북돋워야 할 일이지 말을 듣지 않는다며 팔을 비틀 일은 아니다.

지금이 집권 4년째인 것 같다는 발언은 사실 국민 입에서 나올 소리다. 집권 2년이 넘어가면 그동안의 정책이 서서히 성과를 내야 할 텐데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안보는 집권 1일차 시점으로 도돌이표를 찍고 있지 않나.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 따져보면 문재인 정권이 세심하게 조율하지 않고 밀어붙인 주 52시간 근로제가 원인을 제공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곱씹어보면 청와대와 여당이 공무원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느껴진다. 이상한 짓이나 하고, 버스 사태나 일으키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 조치의 대상으로 공무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갑질’ 자세가 ‘을을 지키는 길을 모색한다’는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드러났다는 게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민생과 안보를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그것이 두 사람이 걱정한 집권 2주년 레임덕을 막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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