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을 겨냥해 수수료에 이어 신용 거래, 주식 담보 대출 등의 신용공여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섰다. 주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평소보다 낮은 연 0~4%대 금리를 적용하는 ‘이벤트 금리’인 셈이다. 주식 거래 수수료는 이미 여러 증권사들이 ‘평생 무료’를 내세우면서 차별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신용 저금리라는 신종 미끼를 통해 개미들을 유혹하고 나선 것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5일부터 이달 말까지 신용 거래 대출을 활용한 최초 주식 매수일로부터 100일 동안 30억원 한도로 금리를 무료로 적용한다. 금리 인하와 함께 현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12일부터 6월 20일까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신규·휴면 고객에 대해 3년간 신용 공여 금리를 연 4.9% 적용한다. 또 대출을 약정하면 1만원을 주고 1,000만원 이상 대출 실행 시에는 5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KTB투자증권(030210)은 신용 공여 대상 종목 확대 및 금리 인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중소형주 투자자를 겨냥해 3월 신용 공여 대상 종목을 기존 1,600여개에서 2,400여개로 늘린 ‘KTB와이드론’을 출시한 데 이어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3년간 신용 거래 대출 이자 금리를 연 3.99%로 낮춰준 ‘스마트클럽’을 선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게 1년 간 신용 공여 이자율 연 2.99%를 적용한 데 이어 4월부터 이벤트 참여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로 1년 동안 연 3.9%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4월 15일부터 6월 28일까지 처음으로 신용 공여를 이용하거나 올해 1월 15일 이후 이용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 180일 동안 신용 거래 대출 금리 연 1.99%, 90일 동안 주식·펀드 담보 대출 금리 연 3.49%를 적용한다.
이런 움직임 속에 올 들어 신용 공여 잔고도 증가세다. 신용 거래 대출 잔고는 1월 말 9조 9,269억원대에서 4월 26일 10조 7,805억원까지 늘었고, 주식 담보 대출 잔고는 1월 말 18조 657억원에서 4월 29일 18조 8,050억원으로 불어났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신용 저금리 이벤트로 자칫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대출 확대에 따른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증권사의 신용 금리가 너무 높은 상황에서 최근 일부 증권사들의 이벤트 금리는 개인의 신용 대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이벤트 기간 이후의 추가 신용 대출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