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 투기세력 공격받는 기업이 많지 않다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들에 공격적인 경영권 위협을 가한 사례는 십몇년 동안 4건이 전부라고 했다. 이에 따라 경영계가 ‘포이즌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공격받은 사례가 많지 않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JP모건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7년간 해외 투기자본이 한국을 공격한 사례는 무려 24건에 달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고 2016년에는 삼성전자에 대해 삼성전자 분할, 나스닥 상장, 자사주 소각, 특별배당을 요구하며 공격했다. 2011년 이전에도 해외 투기자본의 한국 기업 공격 사례는 적지 않았다. 2003년 영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은 경영진 교체와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SK를 공격했다. 특히 이런 해외 투기자본은 주가를 끌어올린 후 단기차익을 실현하거나 배당확대, 자산매각,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해 단물만 빼먹고 빠져나갔다. 장기 경쟁력 강화에는 관심이 없고 당장의 ‘곶감 빼먹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식이 이렇게 안이하니 경영권 방어를 위한 길은 멀기만 하다. 오죽하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 자사주 매입뿐이라는 얘기가 나왔겠는가.

정부는 이미 지난해 7월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강행해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다. 게다가 정부는 총수의 전횡을 막고 이사회의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도입하는 상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을 더욱 약화시켜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만들 뿐이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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