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중기 옴부즈만’ 적극 활용하라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최근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는 행정기관이나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새로운 창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옴부즈만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에 귀족들로 구성된 원로원에 맞서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던 호민관 제도에서 시작됐다. 옴부즈만은 스웨덴어로 대리인이라는 뜻이며 시민을 대신해 각종 민원을 해결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한국도 지난 1990년대 이후 보완적 행정구제 제도의 일환으로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2009년에는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고충을 해소하고 기업 현장의 규제 발굴과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기본법’에 ‘중소기업 옴부즈만’ 제도를 마련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생각지도 못한 규제에 가로막힐 때가 많다. 그러나 개별 중소기업이 행정기관을 상대로 규제 개혁을 요구하거나 애로를 호소하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역대 정부가 기업 현장의 규제 개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과도한 경쟁 속에서 규제로 힘겨워하고 지원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30년간 중소기업을 경영한 필자가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임명된 것은 아마 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이 겪는 불합리한 규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깨알 같은 규제 등을 발굴하고 기업인의 눈높이에서 해결책을 찾으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10년간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2만3,057건의 기업 규제를 발굴했다. 이 중 2만1,998건의 규제를 처리했고 3,643건의 제도를 개선했다. 필자는 중소기업들이 당면한 어려움과 책임의 무게를 통감하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17개의 광역지방자치단체 및 226개 기초지자체와의 중소기업 간담회, 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듣는 ‘SOS토크’ 등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또 지난 1년간 전국을 직접 발로 뛰며 규제 현장을 찾아가 수많은 중소기업인·소상공인·자영업자와 소통했다. 작은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왔다.

규제 혁신을 하려면 법령 개정도 중요하지만 기관이나 담당자의 적극 행정에 대한 의지가 더 중요하다. 기업인들은 담당 공무원이 관련 규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기만 해도 불편함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직 사회는 여전히 감사를 의식하고 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규제를 철폐한 공무원을 우대해 포상하고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행정 면책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현장 공무원들과 함께 실천하고자 한다.

중소기업인·소상공인·자영업자가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적극 활용한다면 규제와 현장 간의 괴리가 점점 좁혀지고 결국 대한민국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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