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
“테크니온 졸업생 등 이스라엘에서는 권위에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실패를 경험으로 생각합니다.”
대학의 사업화에 관한 롤모델로 손꼽히는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의 페레츠 라비(사진) 총장은 12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테크니온 출신 기업은 현재 1,000개가 살아남아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스닥에도 11개사나 상장시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면 연구에 일가견을 이룬 과학자인 그는 2009년부터 테크니온호의 선장을 맡고 있으며 오는 16일 ‘서울포럼 2019’에서 ‘사업화 없는 R&D는 허상이다’는 세션에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는 동전의 양면이다’는 주제 발표를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스라엘은 한국처럼 GDP 대비 정부의 R&D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스라엘에서는 제안하는 품질이나 기술과 제품의 잠재적 상품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전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독립적 전문가가 매긴 가치평가로 결정된다.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정부에 투자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이스라엘이 창업천국으로 불리게 된 배경은. 군에서도 창업경험을 쌓는데.
△스타트업 국가라는 별명이 붙은 배경은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1인당 창업을 가장 많이 해서다. 테크니온 졸업생들은 지난 20년간 2,000개가 넘는 회사를 설립했고 이 중 반이 살아 남았다. 이 회사들은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300억달러에 가까운 인수합병(M&A)을 했다. 일부 기업인은 엘리트 기술부를 비롯해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창업했으나 대부분은 대학 졸업 후 창업한다. 테크니온은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장려한다.
-이스라엘 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이나 나스닥 상장도 활발한데.
△이스라엘인들은 교육, 군 복무, 유태인 전통에서 오는 특별한 정신을 갖고 천부적인 기업가로 키워진다. 권위에 도전하고 위험 감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학습 경험으로 생각한다. 대학의 훌륭한 교육 외에도 이러한 점들이 성공 비결이다.
-테크니온이 첨단기술과 혁신 생태계 발전을 이끄는데.
△테크니온에는 T3(Technion Technology Transfer)가 있다. 교수와 학생이 발명을 사업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한다. 특허 등록과 보호, 투자자 찾기, 법적 도움 등을 제공한다. 사업화 수익은 대학과 교수진 구성원 간에 균등하게 배분한다. 지난 10년간 테크니온은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11개사를 포함해 90개 이상의 회사를 설립했거나 파트너가 됐다.
-대학 실험실에서 창업이 활발한 이유를 알겠다.
△테크니온과 다른 대학들은 교수진과 학생들이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를 병행하고 발명을 사업화하도록 장려한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융합을 어떻게 장려하나.
△양측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그 중요성은 테크니온 DNA의 일부가 되었다. 테크니온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국가의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다. 수자원과 관개, 국가 방위 등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응용 연구는 필수다. 테크니온은 응용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자선 기금과 정부 기금을 사용한다.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
-테크니온이 다른 대학에 던지는 시사점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대학이 하이파에 있는 테크니온에 대표단을 파견해왔다. 우리는 국가와 인류에 이바지하는 비전을 공유하는 다른 대학들에 기술 이전 메커니즘 구축을 돕고 경험을 나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뉴욕시에 대학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미국 코넬대와 함께 참여해 우승했고 뉴욕 이스트 리버의 루스벨트섬에 혁신적인 캠퍼스를 건설했다. 이 대학원은 ‘Jacobs Technion Cornell Institute, JTCI’로 혁신과 창의 생태계의 모델이 될 것이다.
-테크니온이 강조하는 인재상은.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리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찾는다. 미래 산업과 과학계의 리더를 키운다.
-미국과 유럽의 최고 수면 연구자상을 받은 과학자인데.
△의학부 학장과 부총장 시절에도 활발히 수면 연구를 했지만 2009년 총장이 된 뒤 연구를 포기했다. 아마추어 사진가로서 얘기하면 총장은 줌 렌즈 대신 매우 넓은 앵글 렌즈를 사용하는 셈으로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거의 없다. 폭넓은 과학 주제와 행정 이슈에 관여해야 한다.
he is..
1975년 테크니온에서 수면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대중을 위한 임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1984년 의학부장, 1993~1999년 의학부 학장, 2001~2008년 자원개발과 대외관계 부총장을 거쳐 2009년 총장으로 선출됐다. 그 전 총장들이 4년 또는 8년을 근무한 것에 비해 장수하고 있는 그는 “당신이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총명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일에 성공할 때 시간이 참 빨리 흐르지 않느냐. 취임 10년이 믿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