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 구 용현·학익지구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는 12만9,000㎡의 DEC 부지 전경. 인하대역 우측 건너편 대로변에 수십년 전에 지어진 낡은 상가들이 보상 합의 지연으로 개발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인천=장현일기자
#인천 미추홀 구(옛 남구) 용현동에 사는 최모(38·여)씨는 직장이 있는 학익동 인하대 후문까지 매일 걸어서 출퇴근한다. 그녀는 “퇴근길 인천교통방송 사거리를 지나 매소홀로(路) 중간에 있는 옛 대우일렉트로닉스(DEC) 공장 부지 옆을 지날 때마다 매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에 발걸음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인하대학교 학생 이모(21·여)씨도 “늦은 밤 홈플러스 건너편 DEC 공장 부지 앞 수십 년 된 낡은 상가를 지날 때 인기척이 있으면 등골이 오싹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지난 10일 인하대 역 부근에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이들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수년간 방치되고 있는 빈 공장부지와 대로변에 알박기한 땅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EC 공장 부지는 인천 용현·학익지구 260만여㎡의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전체 12만 9,000㎡에 약 1,400세대의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부지가 수년째 방치되면서 도심 속의 볼품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일부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오래된 낡은 상가가 흉물스럽다며 개발을 촉구하는 주민 목소리도 크다. DEC 부지에서 불과 약 200m 떨어진 곳에 수인선(수원~인천) 인하대 역이 있다.
대학생과 주민 등 하루 약 1만 명이 이 역을 이용한다. 유동인구가 늘자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주상복합상가가 들어섰지만, 텅 빈 DEC 부지가 방치돼 있어 동네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DEC 부지를 포함한 12만 871㎡를 매입한 A 기업이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받아 전체 부지를 개발하려 했다. 그러나 8,129 ㎡를 소유한 속칭 알박기 토지주 64명이 보상합의에 응하지 않는 바람에 사업이 수 년째 꼬여있다.
A기업은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토대로 현 시세대로 보상하려고 하고 있으나 토지주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다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A기업은 이들이 소유한 부지와 분리해서 개발하도록 해달라고 인천시에 요청했지만, 시는 관련법과 규정 때문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주민 의견 수렴 불충분’ ‘토지소유자 간 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A기업이 제출한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도 반려했다.
A 기업 관계자는 “장기간 답보상태를 이어온 2-2블록이 인천시의 숙원인 인천 원도심 개발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DEC 부지를 우선 개발해야 한다”면서 “지난 4월 구역지정 제안서를 미추홀 구에 제출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 2-1블록에는 지난 2016년 3,971채 규모의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주변의 다른 블록에는 지난해 10월 분양을 마친 H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용현·학익지구에서 사업면적이 가장 넓은 OCI 공장부지(153만7,800 ㎡)의 경우 실시계획인가를 비롯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DEC 부지 개발이 늦어지면서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곳이 흉물로 방치되면서 재산권에도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