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중 통상마찰 장기화 대비해야 한다

8~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협상이 아무 합의도 없는 ‘노딜’로 끝나고 말았다. 양국 간 무역전쟁을 끝낼 마지막 협상으로 기대가 컸지만 결실 없이 마친 것이다. 특히 미국이 협상 도중인 10일 0시1분을 기해 2,00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고 추가로 3,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다만 한 달 정도의 협상 시간이 있는데다 양측 모두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극적 타결도 기대된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이 중국의 통상·산업정책 관련 법률을 뜯어고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주권침해라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법률개정’은 미국의 뿌리 깊은 대중(對中) 불신과 중국의 국가적 자존심이 정면충돌하는 문제여서 쉽게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중국은 벌써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를 통해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통상마찰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중 간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면 세계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면전 첫해 경제성장률이 중국 1.22%포인트, 미국 0.31%포인트, 세계적으로는 0.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미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는 12일 미국의 관세율 상향으로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이 0.14%(8억7,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18일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차 관세 부과까지 결정하면 치명적이다. 자동차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업계의 손실은 3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정부는 미중 통상마찰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경제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밖으로는 신남방정책 등의 속도를 높여 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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