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기업공개(IPO) 첫날 거래실적은 ‘퍼펙트스톰(여러 위기가 겹친 최악의 상황)’에 갇힌 결과물이다.” (악시오스)
올해 미국 증시의 최대어로 꼽혔던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가 증시 상장 첫날부터 신통찮은 거래실적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실망감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욕증시 사상 아홉번째로 큰 규모이자 지난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 IPO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우버 상장이 앞서 증시에 데뷔한 경쟁사 리프트에 이어 ‘먹을 것 없는 잔치’로 끝나자 시장에서는 차량공유 사업의 앞날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10일(현지시간)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가 울린 뉴욕증권거래소(NYSE) 오프닝 벨과 함께 첫날 거래 시작을 알린 우버는 주당 공모가 45달러보다 7.62% 하락한 41.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차량호출 업체 2위 리프트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실적을 보인 셈이다. 우버는 경쟁사인 리프트가 상장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애초 공모가 설정을 예상범위 44~50달러의 하단으로 설정하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했음에도 첫날 주가가 급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우버의 이날 주가 낙폭은 최근 10년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중 네 번째로 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택배 업체 중퉁콰이디(ZTO익스프레스)는 IPO 후 첫날 거래에서 15%, 중국 동영상 서비스 아이치이(iQIYI)는 13.6%, 보안회사 ADT는 11.5%의 낙폭을 기록했다.
실망스러운 첫 거래성적표에도 다라 CEO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우리의 장기 비전을 믿고 투자한 이들을 찾게 됐다”며 “이들의 투자가 대단한 베팅이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실행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버의 굴욕적 증시 데뷔가 회사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버는 차량호출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투자와 마케팅 비용 확대로 3년째 적자에 빠져 있다. 우버는 지난해 112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여전히 30억3,3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적자는 79억달러다.
2009년 트래비스 캘러닉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한 우버는 차량공유 사업의 선구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샛별로 떠올랐다. 이후 우버는 63개국 700여개 도시에 진출해 월평균 9,100만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하며 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등 세계 곳곳에서 경쟁업체가 생겨나며 우버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버의 이날 성적에 대해 “차량공유 업체에 대한 기대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기업 내 성차별 문화나 알파벳의 무인차 사업 웨이모로부터의 영업기밀 도용 등 잦은 논란도 투자자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상장을 이틀 앞둔 8일에는 임시직 노동자인 우버 운전사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동맹파업을 벌이면서 우버에 또 다른 그림자를 드리웠다. 만디프 싱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고성장 유지에 의구심이 드는 우버를 프리미엄(최고) 투자처로 인식하는 데 주저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협상 좌초라는 대외 악재도 우버의 데뷔를 망친 조연 역할을 했다. 우버 첫 거래일에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잔뜩 얼어붙었다.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 증시가 최악의 성적을 보여준 주(6∼10일)에 우버가 상장에 나선 것이 악재였다”며 “굴욕적 데뷔를 한 우버가 앞으로 뉴욕증시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에어비앤비 등 올해 상장을 예고한 다른 스타트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