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KDI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오는 2050년께 정점에 이른다. 그때 인구구조는 대략 유년인구 10%, 생산가능인구(15~64세) 50%, 고령인구 40%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경제에서든지 생산가능인구가 모두 일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고 성장률은 1%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생산성이 현재보다 서너 배 이상 높아지지 않는 한 이러한 경제구조는 지속하기 어렵다. 이러한 암울한 미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30년 동안 고령화 문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의 고령화대책, 즉 출산율 제고, 여성 및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 제고 등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만회하기에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제고에 이제까지 많은 예산을 지출했으나 과연 타당한 대책이었는지 의문이다. 출산율 제고 정책은 단기간 내 효과적인 수단을 찾기 어렵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를 충당하기에 부족하며 시기상으로도 너무 늦는다.
이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동일한 틀로 다루는 방식에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출산율 제고는 고령화대책이 아니라 인구구조의 균형 회복을 목적으로 장기적 시계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효과적인 고령화대책은 무엇일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우리 사회에서 고령층의 영향력 커지게 되므로 그들의 경제적 역할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향후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 체계가 완비되면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는 현재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고령층의 고용이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하락하게 되면 생산가능인구의 경제활동 참가가 아무리 높아져도 전체 노동력 부족을 만회하기 어렵다.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부양 부담은 가중되는데 고령층이 증가하는 속도와 규모가 워낙 커 그를 대체할 노동력을 찾을 수 없다. 결국 고령 세대가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방안 외의 해결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령 세대의 경제활동 참가는 노동력 부족과 성장률 하락을 완충하는 동시에 부양 부담을 감소시키고 국가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고령자가 활동할 수 있는 노동시장은 저부가가치 부문에 한정돼 고령노동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퇴직연령에 도달한 베이비붐 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발전에 기여한 경험도 가졌다는 점에 주목하자. 앞으로 고령자들은 일정한 수준의 인적자본을 갖춘 노동력이므로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고령 노동력의 생산성은 크게 오를 수 있고 고령자를 위한 노동시장도 새롭게 열릴 것이다. 고령 노동력이 그대로 퇴장하거나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유입돼 소모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손실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유효한 노동력을 방치한 채 부양하느라 허덕이는 어리석은 일이 된다. 결국 대책은 고령 세대에게 생산자로서의 역할과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이 자신의 능력과 의사에 따라 경제활동에 참가함으로써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와 병행해 정년제도의 전면적 개편, 사업장에서의 연령차별 금지와 직무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중고령 노동자의 생산성 유지와 고용 가능성 제고를 위한 교육체계 등 새로운 정책과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은 정책과 제도의 유연성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직면한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우리 경제에 중대한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극복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령화 문제의 본질은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반응과 변화를 가로막는 낡은 정책과 경직된 제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