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0만명에 이르는 해외여행객을 사로잡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적자를 보더라도 특가에 항공권을 푸는 출혈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일시에 공짜 항공권을 2만장 이상 제공하는 행사까지 등장했다. 특가 항공권을 잡기 위해 이른바 ‘광(狂) 클릭’을 한 뒤 수수료를 물고 일정을 변경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항공사들의 수수료 수익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를 두고 과도한 마케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쟁이 고객들에게 더 싼 항공권을 제공한다는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13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본 12개 전 노선의 항공권을 무료(공항세·유류할증료 제외)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가 시작된 후 벌써 2만여장의 일본행 항공권이 예약된 것으로 파악됐다. LCC들이 간간이 좌석이 많이 비는 특정 구간에 대해 무료 항공권 행사를 한 적은 있지만 에어서울처럼 전 노선, 그것도 왕복 노선 모두 공짜 표를 뿌린 것은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LCC들은 매년 특정 노선별로 수요가 떨어지는 시기에 3만원·5만원대에 특가 항공권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신규 LCC 3곳(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이 추가로 지정되며 더 치열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자 특가 이벤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올 3월 1만원대 제주도 항공권 특가 이벤트를 실시했고 4월에는 티웨이항공이 일본과 대만·홍콩 등의 국제선 항공권을 500원에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500원 항공권이 풀리자 티웨이항공의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에어서울은 아예 일본 전 노선에 대한 공짜 표 행사로 응수했다. 국제선 5만원 특가가 3만원, 1만원이 되더니 급기야 500원, 무료까지 가며 극단적인 경쟁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LCC가 편도로 일본에 비행기를 1회 운항할 때 탑승률 85% 이상, 1인당 평균 항공권값이 8만원은 돼야 흑자를 볼 수 있다. 무료 항공권 이벤트를 하면 무조건 적자다. 그런데 왜 이런 행사를 할까. 이유는 항공사들이 아직도 해외여행을 갈 사람들이 넘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좌석이 많이 비는 노선은 적자를 보더라도 일단 승객을 태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번 비행기를 타면 다음 특가 이벤트를 활용하고 결국 주요 고객으로 연결돼 전체 수익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가 표는 뿌릴수록 항공 수입은 줄지만 수수료 수입은 흑자가 나는 구조다. 일단 특가 이벤트를 하면 사람들이 항공사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접속해 ‘묻지마 예약’을 한다. 하지만 이후 항공사가 정한 날짜에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상황 등이 생기며 고객들이 일정 변경이나 환불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미 특가로 발권된 항공권이기 때문에 항공사는 취소와 변경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한다. 보통 3만~5만원 수준이다. 항공사로서는 비행기 표는 싸게 주지만 취소·변경 수수료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에어서울은 수수료 수익 등이 포함된 기타수익이 2017년 77억원에서 지난해 217억원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이스타항공의 기타수익도 2017년 205억원에서 지난해 256억원으로,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269억원에서 343억원으로 불어났다.
특가 이벤트로 인해 생기는 항공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취소가 아닌 변경 수수료가 많아 눈길을 끈다. 가장 공격적으로 특가 행사를 하는 에어서울은 올해 1·4분기 평균 탑승률이 91.2%로 지난해(82.8%)보다 크게 높아져 국내 LCC 1위를 차지하며 특가 이벤트 효과를 보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도 손익분기점인 탑승률 85%를 웃돈다. 소비자들이 일단 특가 이벤트가 진행되면 예약부터 하고 변경 수수료를 내더라도 해외에 나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경쟁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사들이 경쟁적 마케팅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쟁은 수수료 수익마저 포기하는 상황까지 만들고 있다. 이번에 공짜 항공권 특가를 한 에어서울의 경우 취소나 변경 수수료도 없다. 취소·변경 수수료가 항공권 가격을 중심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평균 4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해도 해외여행 특가 항공권은 5만~10만원으로 일반 항공권보다 훨씬 싸다”며 “경쟁의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