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왼쪽)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를 직접 방문해 시민군에게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사건 내외부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과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은 ‘전두환이 광주에 와 직접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허씨는 “전두환이 20일 (광주에) 왔는지 안왔는지는 거론할 여지가 없는 확인한 사항이다. 전두환은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으며 김씨 역시 “전두환이 20일 점심시간을 전후로 K57 비행장에 왔다.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바로 사살 명령이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발포명령과 사살명령은 완전히 다르다. 발포는 상대방이 총격을 가했을 때 방어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증언은 당시 진압 작전을 설계했던 내부자와 사건을 직접 미 행정부에 보고했던 정보관, 두 관계자의 입에서 나와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제1전투비행단(광주 송정공항)에 주둔한 주한미군 501여단에서 근무했던 유일한 한국인 정보요원이었으며 허씨는 자신을 “당시 진압 작전의 시나리오를 작성한 10명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 등이 제기하는 ‘북한군 개입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허씨는 “600명의 북한군이 광주로 왔다는 건 미국의 정보망이 완전히 뚫렸다는 말이다. 당시에는 한반도에는 두 대의 첩보 위성이 있었는데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종명 의원이 “5.18 때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걸 하나하나 밝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등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북한군 개입설’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씨는 전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남한 특수군‘이 북한군 개입설 등 유언비어를 퍼뜨렸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30명 내지 40명 가량의 남한 특수군이 K57 비행기 격납고에서 2~3일 주둔했다. 격납고로 찾아와서 제 눈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북한 특수군이 했다는 방화, 총격과 유언비어 유포 등은 이들이 시민으로 위장해서 벌인 공작이었을 것이다”며 “광주 시민을 폭도로 만든 후 강경 진압하기 위한 빌미를 만들기 위해 전 보안사령부가 고도의 공작을 펼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당시 군의 희생자 시신 소각과 헬기 사격 등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생한 증언을 내놓았다. 허씨는 “가매장한 시신을 재발굴해서 일부는 소각했고 9~10구의 시신이 김해공항으로 수송됐다”고 밝혔다. 김씨 역시 “하루에 20구, 10일 동안 200구 정도를 (소각) 하지 않았냐하는 게 내 추측이다”고 덧붙였다. 전일빌딩 헬기 사격에 대해 허씨는 “헬기로 저격병을 저격하는 작전을 수행했다”며 “헬기가 호버링(제자리 비행)하는 상황에서 사격하는 것은 실시간으로 지시를 받는다”며 상부의 사격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