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몽니에...현대차 전기버스 공급 차질 빚나

사측 생산량 확대 요청 거부
서울시 전기버스 납기 못맞춰
中업체로 발주 넘어갈 수도
팰리세이드 증산도 勞에 발목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측의 생산량 확대 요청을 거부하며 서울시 전기버스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칫 서울시에 이어 전기버스를 도입하려는 지자체의 발주가 중국 전기차 업체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반복되는 ‘몽니’에 현대차(005380)가 전기버스 시장에서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전주공장 노사는 최근 전기버스 증산을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진행 중인 시내버스의 전기버스 교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생산해야 할 물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현대차와 에디슨모터스, 중국의 하이거 등 3곳을 공급업체로 선정하고 전기버스 29대를 시내버스 3개 노선에 투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전기버스 공급을 더욱 늘려 내년에는 700여대, 2025년에는 3,000대까지 운행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전기버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올 들어 현대차에 기간을 정해서 전기버스 생산을 요청해왔으며 현대차는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노조 측에 전주공장 버스 2공장의 2교대 근무를 제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자체와 정부 사업은 연간 예산이 있으며 생산을 못 해 공급하지 못하면 사업이 취소된다”며 “시간에 맞춰서 공급해야 하기에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2교대 근무는 수용할 수 어렵다고 사측에 밝혔다. 상시주간 근무로 운영하는 전주 버스2공장에서 2교대는 현실과 맞지 않으며 이전에도 2교대 근무를 도입하고 또 중단할 때 상당한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시간당 생산량(UPH)을 높이는 방식이라면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주공장의 버스1공장에서는 고속버스와 시내버스. 미니버스인 카운티를 생산하며 버스2공장에서 전기버스와 초저상버스를 생산하고 있다. 노조는 1공장의 생산 라인을 바꾸고 UPH를 올려 전기버스를 병행 생산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노조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회사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라인을 개조하려면 시설을 가동 중단한 뒤 공사를 해야 하는데 당장 납품 시기를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적절하다. 아울러 한시적으로 증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설비 투자에 적지 않은 비용을 쏟아붓는 것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가 UPH 상향이라는 대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사실상 사측의 증산 요청을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고 풀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현대차는 2교대 근무를 두고 노·노갈등과 노·사갈등이 증폭된 경험이 있다”며 “2교대 근무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공장 뿐만 아니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팰리세이드 역시 노조가 증산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현재 계약 건수만 6만5,000건을 넘어섰으며 대기물량만 4만대가 넘은 상태다. 판매 현장에서는 올해 2월 이후 계약자는 내년이 돼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다. 사측은 지난 4월 초 월 8,000대 수준으로 증산을 한 뒤에도 공급 부족이 계속되자 다시 한 번 증산을 요구했지만, 노조는 사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생산 공장을 조정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현대차가 시장 상황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처럼 반등할 수 있는 기회에서 노사 간 대립은 결국 회사와 직원들에게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