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작심비판한 文 "막말 정치, 국민에 희망 못준다"

■수보회의 靑 전직원에 생중계
"'평화·번영의 한반도 실현' 여야 따로 없어
분단을 정치 이용 낡은 이념잣대 버려야
앞으로 3년, 국민의 삶에 더 다가갈 것"
한국당 "北 위협 점증하는데 이념 잣대라니"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 영상을 직원들에게 생중계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2년을 기념해 청와대 전 직원에게 생중계된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최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는 비속어인 ‘달창’을 사용하며 논란을 빚자 이를 작심하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세월호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한국당 일부 전현직 의원들의 발언도 아울러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라며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평가받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게임의 룰’인 선거제 개편을 제1 야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해놓고서는 한국당을 염두에 두고 ‘일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13일 청와대 비서실 소속 직원이 회의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촛불 이전과 이후의 정치권 모습이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며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정치권의 한반도 관련 입장도 꼬집었다. 한국당 등 야당이 최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규탄하며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자 이를 반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야당은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에 실질적인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야당의 지적을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라고 치부한 것이 됐기 때문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청와대 전 직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정치권을 비판했다. 노 실장은 “아직까지 냉전 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색깔론으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며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통합과 민생안정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노 실장은 “지난 2년간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등을 만들기 위해 달려왔지만 임중도원(任重道遠). 책임은 무겁고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해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긴밀한 협력에 뜻을 모았다. 오후 5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접견에서 비슬리 사무총장은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과거 우리가 어려웠을 때 WFP로부터 도움받는 것을 잊지 않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비즐리 사무총장을 접견하기로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만나 브리핑을 받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접견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윤·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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