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식량지원 의견수렴 절차 나서는 김연철

태 전 공사 "北 대남비난, 식량 폼나게 달라는 것"
北 추가도발 변수...美레드라인 유지 도발관측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이빗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도 문재인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절차에 14일 들어간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남북회담본부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내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의 협의체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와 남북교류를 위한 사회단체 협의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국내 7대 종단 연합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관계자 등 15명의 의견을 청취한다. 이어 15일에는 통일부 인도협력분과 정책자문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는 별개로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할 뜻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과거 우리가 어려웠을 때 세계식량계획으로부터 도움받은 것을 잊지 않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2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밀가루 트럭이 출경준비하고 있다./파주=연합뉴스

변수는 북한의 추가도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하노이 노딜’ 이후 절치부심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데 이어 지난 9일 단거리 미사일을 쏘는 등 5일 간격으로 도발에 나선 점을 볼 때 추가 도발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시일(ICBM)은 비핵화 협상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인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한미연합군에 부담이 되는 전술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문 대통령도 대북 식량지원 추진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날도 대남비난 수위를 높이며 남측을 압박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북한의 최근 연이은 대남비난과 관련 “식량을 주겠으면 빨리 주면 되는 것이지 시간만 끌면서 준다고 소문만 내어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식량을 받아도 당당히 폼 있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12일 논평을 내고 “주변 환경에 얽매여 선언 이행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북남관계의 새 역사를 써 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우리 겨레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마치 북남관계의 큰 전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남측을 비판했다.


실제 북한은 남측의 대북식량지원 계획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인도주의 협력사업에 대한 뚜렷한 거부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도발이 생각보다 빨라진 이유는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러시아 방문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러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으므로 김정은의 군사적 행보가 한동안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었다”면서 “그러나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후 오히려 군사행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을 통해 뚜렷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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