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990년대부터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경기를 빠짐없이 중계해온 터키 스포츠채널이 자국 출신 센터가 활약하는 팀 경기를 모든 방송일정에서 제외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터키에서 NBA 경기 중계권을 가진 세스포르트(S Sport)가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경기를 방송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세스포르트 진행자인 외메르 사라츠는 “골든스테이트와 포틀랜드의 경기는 방송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면서 “포틀랜드가 리그 파이널(최종 챔피언전)에 진출한다면 그 경기들 역시 중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터키에서 포틀랜드와 골든스테이트의 서부 파이널은 NBA 전문 케이블방송인 NBA TV에서 영어 중계로만 시청할 수 있게 됐다. NBA TV는 종합 스포츠채널 에스스포르에 비해 가입자가 훨씬 적다.
■스포츠채널 ‘칸터 외면’…왜
당국 ‘쿠데타 배후’ 지목 귈렌
칸터 등 열렬한 지지자로 판단
중계 제외 이어 국내 송환 추진
이미 값비싼 중계료를 지불하고도 세스포르트가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을 중계하지 않는 것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뛰는 터키인 센터 에네스 칸터(26) 때문이다. 칸터는 터키 정부가 2016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열렬한 지지자다.
터키 방송계는 지난해 칸터가 쿠데타 배후세력 연계 혐의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된 후부터 그가 출전하는 경기를 외면했다. 이달 12일 포틀랜드가 덴버 너기츠를 4점 차로 꺾고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확정 지은 경기 역시 방송되지 않았다.
에르도안 정부는 미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귈렌은 물론 전 세계에서 그의 추종자들의 인도까지 요구하고 있다. 칸터도 대상으로 2017년에는 여권이 취소돼 루마니아 공항에서 터키로 송환될 뻔하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터키를 3위로 이끈 축구영웅 하칸 쉬퀴르 역시 귈렌의 제자로 에르도안 정부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며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