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보험사 등 2금융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가 도입되는 가운데 업권별 특성을 반영해 DSR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적금담보대출이나 주식매입자금대출(스톡론) 등 담보가치가 확실한 대출도 DSR에 포함해 규제하다 보면 2금융권의 주요 고객인 서민층이 필요한 자금을 못 빌리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나 사채 등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은 예적금담보대출이나 스톡론 등 담보가치가 확실한 대출의 경우 DSR 산입에서 제외해달라는 건의안을 조만간 금융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DSR은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소득보다 원리금이 높을 경우 고(高)DSR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DSR 도입 확대를 발표하면서 예적금담보대출·스톡론·보험계약대출 등 담보가치가 확실한 대출도 DSR 관리지표에 산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DSR 적용을 앞둔 저축은행 업계는 예적금담보대출 등을 DSR에 산입하면 주 고객층인 서민들의 경우 대출금액이 줄어들어 부족한 자금을 추가로 대출하기 위해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적금담보대출은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수요가 집중되는데 담보가치가 확실해 부실 가능성이 없는 대출도 DSR에 산입하면 서민들의 대출 가능금액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들이 대부업이나 사채로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DSR 규제에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DSR 시범운영 결과 저축은행은 130%로 시중은행 평균 DSR 비율인 52%의 3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1금융권과 같은 DSR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저축은행 차주들 대부분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저축은행의 예적금 및 기타 담보대출은 15조원으로 전체 대출(59조원)의 25%에 해당한다. 2금융권에 DSR이 본격 시행되면 저축은행 예적금을 담보로 적금 잔액과 같은 규모의 대출을 받은 고객은 이전보다 대출금액이 감소하게 되고 추가 대출을 위해 만기가 남은 예적금을 해약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데 DSR 규제가 시행되면 만기가 코앞인 적금을 해지하거나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며 “다음달부터 DSR 관리지표가 2금융권 전체에 본격 도입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더구나 저축은행의 스톡론 같은 것은 핀테크 등이 적용되고 있는데 DSR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관련 산업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과 달리 2금융권 고객은 신용도나 각각의 부채상황이 다르고 업권의 경영환경도 상이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맞춰 도입한 DSR 관리지표를 2금융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업권별 상황보다는 가계부채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업권별 형평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고 가계부채 대책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업권에만 예외조항을 부여한다면 해당 업권의 가계대출만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전 금융권 DSR 적용 예외 대상인데 이 금액을 넘는 대출의 경우 차주의 순자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