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3년 소송…하나금융이 이겼다

ICC, 1.6조 원고 청구 전부 기각
"협상 고의 지연·정부 빙자 가격인하 협박했다"
론스타 주장 안 받아들여져
남은 정부 ISD 판결 영향 촉각


2년10개월에 걸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가 벌여온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하나금융의 완승으로 결론 났다.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국제상공회의소(ICC)에 제기한 1조6,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하나금융이 전부 승소한 것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고의로 지연시켰고 정부를 빙자해 매매가를 인하하도록 협박했다는 론스타의 주장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의 예고편으로 여겨진 이번 소송에서 하나금융이 완승하며 ISD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하나금융은 15일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원고 청구내역을 전부 기각한다”며 “원고(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가 부담한 중재판정 비용 및 법률 비용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정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앞서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가격이 낮아야 금융당국의 승인이 쉬울 것이라고 전하는 방식으로 매각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하며 지난 2016년 14억430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중재 신청을 했다. 당시 2012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대의 ISD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 이미 책임 여부를 다투고 있던 론스타가 5년이 흐른 시점에 하나금융을 상대로 소송을 낸 점이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론스타 측이 한국 정부와의 ISD에 패소할 경우에 대비해 하나금융에도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ICC 판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금융이 밝힌 판정문에 따르면 판정부는 “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의 기망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으므로 본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론스타는 피고가 ‘가격 인하 없이는 승인도 없다’는 식으로 강박하였다고 주장하나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해보면 이를 협박(threat)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판정부는 하나금융이 론스타를 기망하거나 강박했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론스타에 ‘착오’를 유발했다는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하나금융은 론스타와의 계약위반 사항이 없다고 결론을 냈다.

이번 ICC의 결론이 7년여를 끌어온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ISD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ISD 판결이 오는 9~10월께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전부 승소하며 배상 측면에서는 한국 정부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은 곧 그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논리다. 론스타 ISD의 주요 쟁점은 외환은행 매각 협상 시 가격 인하를 압박했는지 여부,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고 부당한 세금을 부과했는지 여부 등으로, 특히 가격 인하 압박의 경우 ICC 중재와 겹치기 때문이다. 반대로 론스타 측 주장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인정된 만큼 한국 정부에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는 이번 판결과 ISD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판정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금융에 대한 판정문에서 당시 금융당국의 귀책을 인정했는지 여부가 이후 ISD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앞선 ICC 심리절차에서 외환은행 매각 당시 정부가 하나금융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판정 내용에 따라 ISD 판정의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ICC 손배소와 ISD는 원고 및 제소 배경이 동일해 두 판정부는 판정 시점에 대해 소통해왔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이 완전 승소했다는 것은 론스타의 논리나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정부가 참여하는 ISD에도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ICC와 ISD는 근거법도, 당사자도, 다루는 이슈도 모두 다른 소송이기에 ICC 결과와 관계없이 ISD 소송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ICC 판정문 결과를 ISD 소송에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법무부 관계자도 “국제사회에서 론스타 측이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며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만전을 기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은영·오지현·서민우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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