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가 ‘기초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오승현기자
“세계의 ‘복잡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최대한 전문화를 미루고 넓은 스펙트럼(범주)의 다양한 것들을 천천히 탐구하는 것입니다.”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는 15일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Basic Science:Platform for the Innovative Growth in Korea)’을 주제로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9’ 기조강연에서 ‘느린 탐구’의 미학을 강조했다. 인재를 일찍부터 능통한 달인으로 만드는 데 매달리는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다.
로벨리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이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지할 수 있는 지식체계를 갖추는 일”이라며 “그 뿌리는 ‘기초과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천천히 다양한 것을 익히는 과정 자체가 기초과학의 샛별들이 현대 세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5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에서 카를로 로벨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로벨리 교수는 기존 연구에 얽매이지 말아야 기초과학을 키울 수 있다는 조언도 남겼다.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Loop) 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이미 밟아 다져온 길을 답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배회(wander)하며 호기심을 갖고 천천히 탐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게 기초과학이 번영하는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로벨리 교수는 공간과 시간의 양자적 본성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철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을 등장시켜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해시킨 융합형 학자다. 그는 “기초과학의 근본 가치는 ‘사고방식’에 있다”며 “기존의 상태를 바꾸고 아이디어를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일반적인 상식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포럼 개막식에 보낸 축하 메시지에서 “전쟁의 폐허 속에서 아시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반세기 만에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과학의 힘’ 덕분”이라며 “올해 서울포럼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400여명의 참석자가 몰려 세계적인 석학이 풀어놓은 과학의 잠재력과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에 귀를 기울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