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본지 주최로 열린 ‘서울포럼 2019’에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가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오승현기자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근간이 되는 플랫폼인 기초과학을 육성하려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국내외 정책·과학계 리더들의 지적이 나왔다.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을 단기간에 다질 수 없는 만큼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통 크게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본지가 16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이틀째 개최한 서울포럼 2019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 행사에서 국내외 교육계와 과학계, 정책 및 입법 분야 리더들이 주요 연사와 패널로 나서 기초과학 육성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날 세번째 세션 참가자인 서은숙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응용과학·기술개발 등을 통해 빠르게 결실을 얻어 고속성장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더 뻗어 나가려면 기초과학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H 싱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싱어 선임연구원은 “연구자들이 기금 모집이나 교수직·행정업무 등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영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대 생리학과 교수 역시 “연구는 90% 이상 실패해야 정상적인 것”이라며 “연구자가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과학적 발견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를 통한 과학적 발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명예소장은 “무언가를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공이 아닌 여러 과학 분야에서 합동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자 간 협력은 물론이고 기업과의 협력, 다른 나라와의 국제적 협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처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상욱 미 럿거스대 교수는 “한국은 인구 5,000만명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인구는 많은데 과학의 역사도 짧고 선배 과학자의 리더십도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정부가 20~30개 소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인물을 키우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장래가 밝지 않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한편 오전9시부터 시작된 특별강연과 세션 강연에는 기초과학 분야 전공 대학생부터 관련 분야 스타트업의 최고경영자(CEO)까지 500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 연사들이 내놓은 기초과학 부흥 전략에 귀를 기울였다.
/박홍용·이태규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