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처별로 관성에 따라 편성되거나 수혜 계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불합리하게 지속되는 사업 등은 원점에서 꼼꼼히 살피고 낭비 요소를 제거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돈 쓸데가 많으니 불요불급한 지출은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3 플러스 1’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플러스 1 전략’이 지출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이 일부 수혜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재정 지출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은 재정 집행의 밑천이 되는 세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입 기반은 약화하는데 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수 있고, 이는 미래 세대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도 지난 3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기금운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당시 기재부는 “복지·의무지출 증가에 따라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지고 있고 경제활력 제고, 저소득층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 등 투자 요소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경고음을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경직성 예산’인 의무 지출이 총지출의 50%를 넘어선데다 지출 구조조정은 사실상 개별 부처에 ‘제 살 깎기’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지시가 얼만큼의 재정 운용 효율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총선을 앞둔 시기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지난해 재정전략회의에서도 기금 운용 효율화 차원의 통폐합 논의가 있었지만 67개 기금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