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미국 진출했지만… 불안한 대웅제약 '주보'

FDA 허가 3개월 만에 미국 출시
메디톡스 소송전서 불리한 상황
'균주 도용' 결과 땐 수출 중단
로열티 협상 통해 합의 가능성도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주보’

대웅제약이 업계 최초로 국산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의 미국 판매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지만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보툴리눔톡신 시장인 미국에 전 세계 4번째로 진출하고도 최근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의 소송전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서다.

15일(현지시각) 대웅제약은 보툴리눔톡신 제품 ‘주보’ (국내명 나보타)가 미국에 공식 출시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 국산 보툴리눔톡신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를 받은 지 3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현지 판매는 미국 바이오기업 에볼루스가 담당한다.

박성수 대웅제약 나보타사업본부장은 “‘나보타’의 미국 출시는 대웅제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국내 제약사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라며 “지난달에는 유럽의약품청(EMA)도 나보타의 사전 허가를 권고한 만큼 나보타는 국산 보툴리눔톡신 최초로 미국과 유럽에 출시하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툴리눔톡신 후발주자로 출발한 대웅제약이 국내외 경쟁사를 제치고 4번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도용해갔다며 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가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조사 일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8일 대웅제약에 나보타의 균주와 관련된 서류 일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도용했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받아들인 데 따른 조치다. ITC의 심사 결과 나보타의 균주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과 동일한 것으로 나오면 즉시 미국 수출이 중단된다.

메디톡스는 ITC의 최종 판단과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이 입증되면 메디톡스는 미국과 한국의 정부를 상대로 나보타의 품목허가까지 취소할 수 있는 명분도 얻는다. 대웅제약으로서는 미국에 국산 보툴리눔톡신을 출시하자마자 판매가 금지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상호 비방이 이어지는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산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진출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에 양사가 끝까지 소송을 진행하기보다 로열티 지급 등을 통해 연내에 갈등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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