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로 동북아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한국을 찾는다. 서경 펠로(자문단)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중러와 미일 구도가 본격화하면서 제기된 ‘코리아 패싱’ 우려를 해소하는 만큼 의미가 있다고 16일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서경 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에 일본을 오고 다음달에도 방일하는데 동맹국인 한국을 찾지 않을 경우 한미공조 균열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정상이 이 같은 우려 불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며 우군 확보에 나서자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맞불을 놓았다. 특히 미일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군 수뇌부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는 등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일본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갔을 때 사실상 우리 정부가 듣고 싶은 얘기를 미국으로부터 듣지 못하는 등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한다는 시각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봤다.
한미는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한 한미공조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서경 펠로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미가 확고한 공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고 본다”고 평했다.
더불어 표류하고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대북 식량 지원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경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북한에 당근을 주면서 북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라며 “그 당근은 식량 지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태도변화 전에는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북한 전 주민들에게 밝힌 점을 고려하면 식량 지원만으로 협상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사실상 핵을 보유하기 위한 협상을 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협상 재개가 한미의 뜻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북한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문 대통령과 만나 얻을 실익이 없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에만 매달리기보다 한일관계 개선 등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때 틀림없이 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를 얘기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얘기를 할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 전에 한일정상회담을 열고 미국과 대화하는 게 우리 정부 입장에서 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