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도부 거취를 두고 17일 정면에서 충돌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당 쇄신 방안에 있어서도 ‘동상이몽’인 상태다. 손 대표는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한 ‘혁신위원회’를 제안한 반면 오 원내대표는 ‘워크숍’을 통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혁신위원회’를 열어 당을 쇄신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석 상태인 당직 개편을 마무리하는 즉시 당 내부 인사를 최소화하고 외부 전문가와 국민이 주가 되는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의 키를 쥘 이로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꼽힌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17일 “손 대표가 건강이 좋아진 김 전 대표에게 혁신위원장 역할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워크숍→지도부 퇴진→비상대책위원회→당 공동대표 추대라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16일 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손 대표와 회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하루빨리 의원단 워크숍을 개최해서 방향성과 의견을 결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부 퇴진 등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의원들이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워크숍에서 지도부 퇴진이 결정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당내 상황을 수습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 바른정당계 최고위원은 17일 “바로 안철수-유승민 체제로 가긴 어렵다. 이 상황을 바꿔주는 중간 단계를 거쳐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며 “비대위가 열린다면 현 지도부는 물러나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 주겠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과도기를 거쳐 추석 전까지 안-유 공동대표 체제를 꾸린다는 복안이다.
또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지도부 퇴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정상적으로 직무할 상황이 아니라고 선언하면 사고가 된다. 이 경우 원내대표가 대행할 수도 있다”며 “그 정도의 물리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17일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이 상정한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철회 등의 안건을 의결하지 않을 경우 손 대표의 상황을 ‘회의를 주재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오 원내대표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당규는 ‘당 대표가 회의를 주재할 수 없을 때에는 원내대표가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규정하고 있다.
다만 손 대표와 오 원내대표가 당 쇄신 방안에 대한 절충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17일 오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당의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주기를 호소한다”며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는 20일 열릴 최고위에서 손 대표가 당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인선과 혁신위원회 설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