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승인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800만 달러 공여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7일 개성공단 자산 점검을 위한 기업인의 방북을 승인했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첫 방북 승인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 공여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음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반도에서 미리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보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이날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이 4월30일 신청한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게 됐다”며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북측과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과 함께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 공여도 추진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 하에 우선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 등 국제기구 대북지원 사업에 자금(800만불)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WFP와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의결했지만 집행하지 못했다. 통일부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일부의 방북 결정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만시지탄”이라면서도 크게 기뻐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통일부에 기업인 193명과 국회의원 8명에 대한 방북 신청서를 제출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공단 가동 중단 이후 여덟 차례 방북 신청서를 냈으나 모두 불허됐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대북제재와 무관한 우리 기업인들의 공단 방문을 진즉 허용하는 것이 마땅했다”며 “이번 방문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3년 이상 방치된 공장 및 기계 설비를 점검하고 보존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점검이 가능한 방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개성공단 기업협회에서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왼쪽)과 김서진 상무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승인 문제와 관련한 통일부 브리핑을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이 이뤄지더라도 자산 점검은 육안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 연결이나 특정 장비가 필요한 점검일 경우 미국 및 유엔 등과 제재 관련 협의가 필요하지만 그 정도 단계는 아니란 설명이다. 또 우선 기업인들의 방북을 추진한 후 정치인들은 차후 적절한 시점에 검토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고심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공은 이제 북측으로 넘어갔다. 최근 북한의 군사 움직임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우리 정부가 유화책에 나선 만큼 북한의 반응에 따라 한반도 경색이 풀리거나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날 통일부 발표에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대북 식량 지원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식량 문제는 안보사항과 관계없이 인도적 측면에서, 특히 같은 동포로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양국이 구체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달 정상회담 계획을 서둘러 밝히고,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 인도적 지원 추진 등도 진행하는 것을 두고 북측에 보내는 외교적 메시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 실장은 4차 남북정상회담 등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서도 “특사 파견 가능성은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영현·윤홍우·심우일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