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95원을 돌파한 17일 서울 명동의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미 국채를 매도한 데 이어 미국산 돼지고기 구매를 취소하는 등 무역마찰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원화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오승현기자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 턱밑까지 치솟았다. 미중 무역충돌이 격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고, 특히 원화와 중국 위안화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관세 보복에 맞서 중국은 미 국채를 매도한 데 이어 미국산 돼지고기 3,247톤에 대한 주문을 취소하는 등 보복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도 장중 6.9416위안까지 올라 지난해 11월30일(6.9567위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에 바짝 다가섰다. ★관련기사 3면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원20전 상승한 1,195원70전에 거래를 마치며 연고점을 다시 썼다. 이는 2017년 1월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200원선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이 기저에 깔린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을 더욱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위안화 동조 양상에 원화 역시 절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자본 유출인 ‘셀 코리아(Sell Korea)’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현재 주식시장에선 환차손 우려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보다 안전한 자산인 채권시장으로는 돈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1,200원을 돌파하면 채권시장도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 3,000여톤의 주문을 한꺼번에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한 데 이은 조치로, 중국의 무역보복이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 농무부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 9일 미국산 돈육 3,247톤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윗으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한 뒤 10일 실제 이행하기 직전에 나온 조치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박형윤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