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치거나 말 끊기' 朴대통령 취임사 작성 당시 최순실 녹취 공개

(왼쪽부터)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모습/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사 작성 과정에서 구체적인 문구까지 제시하면서 취임사 메시지에 개입한 사실을 보여주는 녹음파일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녹음파일에는 2013년 2월 취임식 직전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옆에 두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호통을 치는 등 취임사 내용을 지시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최씨의 권력이 막강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알려진 셈이다.

지난 17일 시사저널은 90분짜리와 이를 편집한 13분짜리 요약본 2개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파일에서 최씨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취임사 초안에 대한 수정을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고 “좀 적어요”라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 “안 쓰고 있잖아”라고 언성을 높였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그의 복심인 정호성 전 청와대 제1 비서관과 함께 취임사 초안을 대폭 수정하며 핵심 문구와 단어를 직접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수시로 호통을 치며 대화를 주도했다.

최 씨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으며 “팩트가 있어야지”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등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취임사에 포함된 복지정책 부분을 읽으며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돼”라고 말했다. 또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최씨는 “이게 취임사라니까, 새 팩트를 정확하게 말을 만들어 보세요”라며 “경제부흥, 그 다음에 두 번째 국민행복, 세 번째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높이는 거”라거나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를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IT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최씨의 발언은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반영됐다.

지난 2013년 2월 25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다”고 했다.

특히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 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 씨는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 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예 예 예”라고 답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 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최종 심리가 진행 중이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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