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황교안(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9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이후 정국이 더욱 교착상태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물밑 교섭에 나서고는 있지만 ‘5·18 망언’ 의원의 징계를 미루는 한국당에 대해 여야 4당의 날 선 비판에 청와대까지 가세하며 정국 정상화는 요원해지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오는 24일까지 호남과 제주·수도권에서 막바지 ‘민생투쟁 대장정’을 통해 현 정부 규탄을 이어간다. 여기에 23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있다. 한치의 양보 없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강 대 강 대치가 풀리기는커녕 추모 기간을 맞아 되레 긴장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5·18망언’ 등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언동을 작심 비판했다. 5·18 비하에 앞장선 인물들이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당을 정조준한 셈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기념식 참석 이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지연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 역시 문 대통령 기념사 가운데 해당 발언에서는 손뼉을 치지 않았다. 또 이날 5·18추모단체 회원 등이 황 대표를 향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며 길을 가로막아 현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여야 공방은 19일에도 계속됐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는 당연한 말에 심기가 불편한 자가 있다면, 스스로 독재자의 후예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SNS를 통해 “우리 사람 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이 되지는 말자”라고 적어 문 대통령을 거들었다. 조 수석의 발언 역시 한국당 지도부가 ‘5·18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를 매듭짓지 않은 상황을 염두에 둔 비판으로 해석된다. 황 대표는 이날 제주 민생투쟁 대장정에서 문 대통령의 5·18기념사에 대해 묻자 “저는 저의 길을 갈 것”이라며 “기회가 되는 대로 광주를 자주 찾아서 위로할 것”이라고 답했다.
광주에서 5·18을 둘러싸고 재차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서울 광화문에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를 두고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문화제는 시기적으로 5·18기념식과 겹치면서 노 전 대통령 추모와 더불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5월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광주 5·18 참극이 있었던 슬프고 잔인했던 달”이라며 “이제부터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아 전진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는 광화문에 천막을 친 대한애국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석방 운동본부가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에 경찰들은 긴장감 속에 양측 행사를 지켜야 했다./송종호·김인엽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