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일교육주간 개막식 중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화했음에도 북한이 대남 비난을 이어가면서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미대화를 재개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일 최근 열린 한미워킹그룹을 겨냥해 “우리 민족 내부에 반목과 불화를 조장하고 그를 통해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외세에 의존하여 북남관계문제, 민족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어리석은 행위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남측의 식량지원 의지에도 ‘고자세’를 유지하며 비난수위를 높이는 것은 개성공단 재개 등 제재완화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실제 이 매체는 남측에 “온 겨레 앞에 확약한 북남선언들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자세와 입장을 가져야 하며 민족공동의 요구와 이익에 배치되는 외세의존 정책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9·19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개성공단사업, 금강산관광사업, 철도도로연결사업 등의 이행을 남측에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남측에서 식량지원 논의가 본격화되자 대남선전매체를 이용해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가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에게도 명백한 사실”이라며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했다.
북한 수뇌부는 지난 1990년대 중·후반 최악의 식량난을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내부통제를 통해 버텨낸 경험이 있는 만큼 식량지원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지자금인 외환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식량지원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편파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직접 수혜자인 북한이 대남 비난을 계속하면서 정부의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의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7%가 대북 식량지원을 반대했고 44%는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