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스타일난다' 꿈꾸던 '매출 1,700억 임블리'의 몰락

곰팡이 호박즙 논란 미숙 대처
사건 커지고 VVIP까지 안티로
운영사 부건에프엔씨 기자간담회
"임지현, 인플루언서로만 활동"

임지현 상무가 지난달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을 통해 사과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곰팡이 호박즙’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임블리’ 임지현 상무가 오는 7월1일자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면서 ‘제2의 스타일난다’를 꿈꾸던 임 상무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20일 임블리 운영사 부건에프엔씨는 사건 발생 약 7주 만에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임 상무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인플루언서 역할만 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논란의 중심인 임 상무는 간담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임블리는 임지현 자신을 나타내는 애칭인 만큼 임지현이 빠진 임블리 브랜드의 존속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배우지망생→피팅모델→‘제2 스타일난다’ 꿈꾸기까지=임 상무는 원래 사업가와 거리가 멀었다. 배우 지망생이었던 그는 우연히 지금의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를 만나 그가 당시 운영하던 쇼핑몰에서 피팅모델을 하며 쇼핑몰과 인연을 맺었다. 모델로 인기를 끌자 지난 201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임블리(임지현+러블리)’를 오픈했다.

여성 온라인몰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지만 임 상무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 겸 인플루언서로 팬층을 빠르게 확보하며 실제로 매출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입점하고 이어 면세점에도 납품하는 등 대형 유통업체까지 임블리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임블리와 임블리의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두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뷰티 기업 부건에프엔씨의 매출은 1,700억원을 달성하며 삽시간에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오픈 당시 직원 3명, 연 매출 3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온라인 쇼핑몰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임 상무의 역할이 컸다. 대중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고객 의견을 실제로 상품 기획 및 제작 과정에도 반영했다. 팬들은 자신의 요구를 실현해주는 임블리를 단순히 사업가가 아닌 ‘옆집 언니’처럼 생각하고 그가 홍보한 물건을 구매했다.


◇‘믿었던 언니’의 배신…안티가 된 VIP=임 상무를 경영에 나서게 한 것도, 그를 물러나게 한 것도 모두 고객이었다. 올해 1월 초 소비자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호박즙에 곰팡이가 생겼다’며 게시물을 업로드한 뒤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4월3일(호박즙 판매중단) 전까지 임블리 측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분개했고 VIP였던 소비자 A씨는 인스타그램에 안티 계정을 만들고 제보를 받았다. 사건의 발단이었던 식품부터 화장품 성분, 의류·잡화 카피 문제, 모회사인 부건에프엔씨의 퇴사율 및 탈세 의혹까지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임 상무가 같은 달 16일과 29일 SNS를 통해 사과문 영상을 업로드했지만 사건은 종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부건에프엔씨는 이달 3일 대표 쇼핑몰 ‘탐나나’를 폐업 신고했다.

20일 서울 구로구 부건에프엔씨 본사에서 열린 ‘임블리’ 논란 해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준성(가운데) 대표 및 회사 관계자. /변수연기자

◇대책 내놨지만 ‘미봉책’ 비판도=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섯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사건의 시작이었던 식품 부문 사업은 전면 중단하고 주력 분야인 패션·화장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골자다. 사건을 키운 고객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패션 부문 디자인 역량 강화, 자체 생산라인 확대를 통한 품질 향상, 화장품 부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외주생산 시스템 관리 강화, 소비자 옴부즈맨 도입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임 상무의 거취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 대표는 “6월1일부터 소비자 간담회를 정기·장기적으로 실시하며 브랜드 스피커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 스타일난다’ 꿈 가물가물=박 대표는 이날 화장품 제품뿐 아니라 호박즙 등 식품에 대해서도 실시한 안전성 검사 결과를 내놓았다. 문제가 불거지고 현재까지 약 11만건에 해당하는 고객 문의에 응대했고 호박즙의 경우 22억8,000만원어치를 환불했다.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뷰티시장 붐을 이루고 있는 중소 규모의 뷰티 브랜드에도 불똥이 튀고 있어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임블리 사태가 불거지기 전 SNS에서 인기를 끈 브랜드를 입점시킬 때 적용하는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사태가 불거진 후 이 같은 논의가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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