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위기 국가 따라가겠다는 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기획재정부의 보수적 재정정책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채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건전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문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안 되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13%인데 우리나라는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며 추가 재정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현재 38.2%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고령화 추세에 비춰보면 안심할 수준이 못 된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당시 국가채무 비율이 각각 32.6%, 36.8%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OECD 국가와 단순 비교해 재정확대론을 펴는 것은 재정위기를 맞은 나라를 따라가는 식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경제는 물론 국가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홍 부총리가 재정확장에 신중론을 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731조8,000억원에서 내년 781조7,000억원, 2022년 888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공공기관·공무원 연금충당 부채 등을 포함한 국가부채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 등을 포함한 국가부채는 전년 대비 127조원 늘어난 1,700조원에 육박했다. 2016년 금융공공기관을 뺀 공기업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3.6%였다. 기재부 스스로 “같은 조건의 OECD 7개국 중 가장 높고 평균값(10.7%)에 비해서도 높다”고 위기감을 토로한 터다.

경제는 나빠져도 다시 추스를 수 있지만 재정은 한번 무너지면 바로잡기 어렵다. 재정정책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구조개혁 없는 돈 풀기는 성장동력 강화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