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가 못다한 꿈, 이강인이 이룰까

U-20 월드컵 25일 개막
2년전 8강행 발목 잡았던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1차전
이강인 현지 평가전서 '골맛'
1983년 '4강 신화' 재현 관심

이강인 /연합뉴스

이강인(왼쪽)과 조영욱. /연합뉴스

2년 전 한국에는 ‘신바람 축구’ 열풍이 일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은 첫 경기 승리에 이어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마저 2대1로 누르고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2연승으로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한 것은 U-20 월드컵 참가 사상 처음이었다. 특히 당시 FC바르셀로나 유스팀 소속이던 이승우는 아르헨티나전 40m ‘폭풍 드리블’에 이은 득점 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4강 신화 재현이라는 홈팬들의 뜨거운 열망을 업은 신태용호는 강팀에 기죽지 않는 당당한 축구를 펼쳤다. 하지만 16강에서 난적 포르투갈을 만났고 0대3으로 끌려가다 결국 1대3으로 지고 말았다. 상대를 의식한 깜짝 포메이션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년이 흘러 다시 U-20 월드컵이 축구팬들을 찾아왔다. 이번 대표팀의 구호도 지난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이다. 2017년 한국 대회에서 이승우의 꿈을 가로막았던 포르투갈을 공교롭게도 첫 경기부터 만난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은 오는 25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에서 개막하며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F조 한국은 25일 오후10시30분 포르투갈, 29일 오전3시30분 남아프리카공화국, 6월1일 오전3시30분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를 치른다. 24개국이 6개 조로 나눠 경기해 조 1·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조 3위 중 상위 네 팀이 추가로 16강에 간다.


2년 전 이승우가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올해는 스페인 유학파 후배 이강인(18·발렌시아)이 물려받는다.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에 입단한 2011년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 들어간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은 최연소 기록을 차례로 쓰면서 기대대로 커왔다. 올 1월 라리가 데뷔전을 치르면서 한국인 최연소(만 17세327일)로 유럽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2001년생인데도 파울루 벤투 성인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어 3월 대표팀 소집훈련도 경험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달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이강인을 포함하기도 했다. FIFA가 21일 U-20 월드컵에서 주목할 10명에 이강인의 이름을 넣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랜 스페인 생활로 한국말이 다소 어눌한 이강인은 “폴란드에 최대한 오래 머물며 형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우승 목표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18일 현지에서 치른 에콰도르와의 평가전(1대0)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준비를 마쳤다. 올 초 남미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에콰도르는 아르헨티나에 최근 2연승을 거둔 팀이다.

한국은 이강인 외에 중앙 미드필더 김정민(리퍼링), 중앙 수비수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 골키퍼 최민수(함부르크)까지 해외파가 4명이며 공격수는 전세진(수원), 조영욱(서울), 오세훈(아산), 엄원상(광주)까지 전원 K리거로 짜였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U-20 월드컵을 치르는 조영욱은 12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1대1)에서 골 맛을 봤다.

1977년 시작돼 격년으로 열리는 U-20 월드컵은 스타 등용문이다. 1979년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1991년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2005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팀 우승을 이끌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1983년 4강에 올랐던 한국은 이후로는 1991·2009·2013년의 8강이 최고 성적이다. 늘 그렇듯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남북 단일팀으로 나갔던 1991년 조별리그에서 0대1로 지는 등 포르투갈 U-20 대표팀을 상대로 3무5패에 그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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