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로 확산되는 ‘증여 러시’=21일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토지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 4월 전국에서 증여된 토지는 2만8,028필지로 집계됐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최대 규모다. 필지 수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4월(2만6,170필지) 대비 7% 늘어났다. 면적 기준으로도 4,545만4,000㎡가 증여돼 2018년 4월(6,246만8,000㎡) 이래 최대 규모다.
주요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토지증여가 올 4월 2,859필지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도 또한 4월 한 달간 5,208필지가 증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4,420필지)보다 17.8%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고치다.
토지증여가 급증한 데는 공시지가가 껑충 뛴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이 9.42% 올라 2008년(9.63%)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서울도 지난해 6.89%에서 올해 13.87%로, 경기도도 올해 5.91% 상승했다. 통상 매년 12월과 6월 1일 과세 기준일 전인 4~5월에 증여가 많이 이뤄진다. 올해도 증여 계획이 있던 토지 소유자들이 5월 말 개별 공시지가 확정 전 증여해 세 부담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개발호재 지역,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하자’=여기에 연말부터 이어진 개발 소식도 토지증여를 가속화하고 있다. GTX, 3기 신도시, 반도체 클러스터 등 개발 수혜가 예상되는 주요 지역이 주인공들이다. 전국 지가는 현재 101개월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개발 수혜 지역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시지가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지가 상승에 따른 증여세 부담은 물론 보유세 부담도 미리 덜기 위해 증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가 들어설 남양주는 올해 4월 한 달간 181필지가 증여됐다. 2018년 4월(153필지)보다 18% 증가했다. 과천의 경우 4월 44필지가 증여됐다. 지난해 전월(26필지) 대비 49% 늘었다.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확정된 용인시도 토지증여가 큰 폭으로 늘었다. 용인시의 4월 토지증여는 612필지를 기록했다. 2017년 4월 189필지, 2018년 4월 382필지 등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반도체공장 수혜 지역인 용인 처인구는 지난해 4월(182필지)보다 올해 70%가량 늘어난 308필지가 증여된 것으로 조사됐다.
토지로 옮겨붙은 증여 붐은 오는 6월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종훈 KB국민은행 부동산세무팀 팀장은 “토지는 공시지가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5월 말 개별 공시지가 확정 전에 증여가 더 몰릴 것”이라며 “나대지의 경우 종부세 기준금액이 5억원이라면 부부증여 시 10억원으로 기준금액이 올라가고 누진 구간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개발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증여 붐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지역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 관련 세금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산세 부과 기준일인 6월1일을 앞두고 주택증여도 서울의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올 4월 서울 전체 주택증여 건수는 2,020건으로 3월(1,813건)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고가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와 용산구의 경우 4월 증여 건수가 각각 318건과 167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 주택 지역에서 보유세 부과를 앞두고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