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정보 담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신약개발 속도 낸다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 혁신전략 뭘 담았나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에 2조 지원
식약처 심사인력 2배로 늘려
수입의존 높은 원부자재·장비
5년내 30%까지 국산화하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 CV센터에서 출혈을 최소화한 복강경 조직절제기 등 첨단 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2일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핵심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3대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연구개발(R&D)부터 인허가, 생산, 시장 출시까지 산업 전 주기에 걸쳐 생태계 조성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국산 의약품·의료기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1.8%에서 6%로 세 배 이상 늘리고 현재 144억달러(약 17조2,123억원) 수준인 수출액도 500억달러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일자리를 30만개 추가 창출한다는 비전도 제시됐다.

우선 정부는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바이오헬스 혁신의 핵심 기반이 데이터라는 인식에 따라 ‘5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원인불명의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정보를 한데 모아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핵심 플랫폼은 최대 100만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정보, 의료이용, 건강상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등에 보관하면서 환자 맞춤형 신약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2021년까지 2만명 규모로 1단계 사업이 시작되며 2029년까지 100만명 규모의 빅데이터 구축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병원을 바이오헬스 연구생태계의 혁신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의료기술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 등을 설립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의 R&D 투자와 금융·세제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기준 연간 2조6,000억원이었던 생명·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R&D 투자금액을 2025년까지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국산 신약개발 지원을 위해 향후 5년간 2조원 이상의 정책금융도 투입하기로 했다. 세제혜택과 관련해서는 신성장동력·원천기술 R&D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기존 신약에서 바이오베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와 투여방법 등을 개선한 의약품을 의미한다. 또 정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글로벌 ‘의약품 관련 제조·품질기준(GMP)’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심사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도 추진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료기기 인허가 기간 단축을 위해 3년 내 심사인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평균 18개월이 소요되던 신약 허가심사 기간은 1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의약품 품목당 심사인력은 최대 45명에 달하지만 한국은 5명에 불과하다. 이동희 식약처 기획조정관은 “현재 600만원대 수준의 수수료를 확대해 외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퇴직 공무원을 활용하는 등 투트랙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신약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해 우선·신속심사제도가 도입된다. 정부는 또 특정 지역을 규제자유특구로 선정해 규제로 사업화가 어려운 제품에 대해 대규모 실증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관리도 강화된다. 세포의 동질성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학적 계통검사(STR)와 첨단바이오의약품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 추적관리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에 필요한 원부자재·장비의 30%를 5년 내 국산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세계 2위 규모지만 소모품부터 생산장비까지 원부자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이밖에 병원 시스템과 병원 정보화, 의약품, 의료기기 등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 우리나라 병원시스템 및 줄기세포 플랜트 등이 패키지로 동반 수출되는 방안이 이번 전략에 담겼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금은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의 활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야 할 시기”라며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기반, 병원 시스템, 의료 데이터, 우수 인재를 가진 만큼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글로벌 강국으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