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쏘카 대표 무례·이기적" VS 이재웅 "갑자기 왜...출마하시려나"

[최종구-이재웅 '타다' 정면충돌]
■최종구 금융위원장
"피해보는 계층에 거친 언사
자칫 사회혁신 약화 부추겨"
■이재웅 쏘카 대표
"죽음을 정치적 이용해선 안돼
정부가 근본 해법 찾는게 우선"


차량공유 서비스인 ‘타다’가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과 혁신기업을 이끄는 기업가가 정면충돌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2일 타다를 만든 이재웅 쏘카 대표를 향해 “(타다와 같은) 혁신사업으로 피해를 입는 계층을 존중하지 않는 건 무례하고 이기적인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이 대표는 “(총선에) 출마하시려는 거냐”며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논쟁은 겉으로는 혁신사업의 대표모델인 타다의 서비스 도입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택시 업계, 기업 간 이해충돌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산업의 혁신과정에서 속도에 뒤처져 피해를 입는 기존 산업에 대한 보호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줘야 하느냐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문을 연 것은 최 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대출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며 작심한 듯 이 대표를 몰아세웠다. 그는 “최근에 타다 대표자라는 분이 하시는 언행을 보자”면서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해서 경제정책의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을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택시 업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다”며 “이건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다. 차량공유 서비스의 인허가 관련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다. 물론 금융위가 올 들어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금융을 앞세워 정부 부처 가운데서는 혁신성장과 관련된 성과물을 가장 많이 내놓고 있지만 타다와 택시 업계의 갈등과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도 최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그는 자신을 비판한 최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직접 링크한 뒤 “갑자기 이분은 왜 그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어찌 되었든 새겨듣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사실상 최 위원장을 정면 공격한 것이다. 이 대표의 SNS 발언은 최근 관가와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최 위원장의 내년 4월 총선 강릉 지역 출마설을 끄집어내며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 위원장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의 장관도 아니면서 타다와 자신을 정면 비판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최 위원장은 평소 진중한 스타일과 달리 이 대표를 향해 ‘무례’ ‘이기적’이라는 표현 외에도 ‘오만하다’와 같은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금융산업의 수장인 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이례적인 신경전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심경과 주장을 담은 글을 올린 것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타다 서비스가 택시 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분신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음을 정치적·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타다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억지는 그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타다가 없어지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정부와 택시 업계가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대표는 “기존 택시 업계 종사자는 약 20만명이 넘고 한 해 매출은 10조원에 가깝다”며 “타다가 상생안을 만드는 이유는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에 연착륙해야만 하는 택시 업계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택시 산업은 급속하게 망가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민우·백주원기자 ingagh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