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009150)가 미래성장 동력인 차세대 반도체 후공정 기술 ‘PLP(Panel Level Package)’사업을 삼성전자에 넘긴 후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사업으로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PLP 매각 대금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다음달 12일 증권사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부산 녹산 공단에 위치한 MLCC 생산 공장에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부산 공장은 전장용 MLCC 전용 생산라인을 갖춘 곳이다. 삼성전기는 이날 연구원들에게 전장용 MLCC 사업의 성장성과 사업 계획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삼성전기가 이처럼 전장용 MLCC 알리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오는 6월 삼성전자로 이관되는 PLP 사업의 공백을 대신할 미래 먹거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던 삼성전기를 먹여 살렸던 일등 공신은 MLCC다. 특히 MLCC 매출의 대부분은 정보통신(IT)용에서 발생했다. IT용 MLCC 매출은 전체 MLCC 매출의 약 80% 수준이다.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은 아직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기존 차량에 비해 MLCC가 다섯 배 가까이 들어간다. 삼성전기도 전장용 MLCC 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올해는 MLCC 사업의 성장의 축을 IT에서 산업·전장용으로 전환하고, 비(非) IT용 MLCC 매출을 3분의 1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장용 MLCC 생산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도 확대 중이다. MLCC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솔루션 사업의의 설비 투자액은 지난해 9,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 중국 천진시에 짓고 있는 전장용 MLCC 공장과 부산 공장 설비 확충에 사용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가 조만간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LP 사업을 삼성전자에 넘기면서 7,85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자금을 가지고 전장용 MLCC 생산 설비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중국 공장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데다 아직 충분한 고객사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다 전장 분야의 경우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당장 전장용 MLCC에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내부적으로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