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의사당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법안 통과를 위해 ‘제2차 국민투표’ 수용이라는 ‘마지막 도박’까지 강행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조만간 사의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시간) ‘브렉시트 강경파’인 앤드리아 레드섬 하원 보수당 원내대표마저 전격 사퇴한 가운데 당내 반발을 이기지 못한 메이 총리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더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과 만난 뒤 24일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하원에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법안을 지지해줄 것을 촉구하며 법안 상정을 강행할 의사를 밝혔지만 타개책으로 내놓은 ‘제2 국민투표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21일 EU 탈퇴 이행을 위한 네 번째 협정안을 공개했다. 협정안에는 노동당 등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메이 총리가 그동안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온 제2 국민투표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노동당을 포함한 야당에서 “오래되고 나쁜 안을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한 데 이어 여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의 반발도 당내 전반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브렉시트 협정의 의회 상정을 주관해야 할 레드섬 원내대표마저 제2 국민투표안에 반발해 사임하며 메이 총리의 입지는 급격히 약해졌다. 레드섬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공개한 사임서를 통해 “우리 방식이 더는 국민투표 결과를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면서 “제2 국민투표 역시 위험한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드섬 원내대표의 사퇴로 현재 메이 내각에서 각료급 인사 36명이 이탈한 상태다. 메이 총리의 제2 국민투표안에 반발한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등도 총리 측에 회동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래디 위원장은 24일 메이 총리와 만날 계획으로 알려졌다. 1922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어 당대표 불신임 규정 변경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1년 내 다시 신임투표를 할 수 없다’는 보수당 규정상 다시 신임투표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규정을 변경해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