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현대오일뱅크와 바디프랜드, 홈플러스 리츠, 이랜드리테일 등 이른바 ‘대어’들의 잇따른 상장 철회는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3월 결산이 끝난 기업들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IPO의 문을 두드리며 연초 부진했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많은 기업이 신규 상장에 나서 선택지가 많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단, 전문가들은 올해 신규 상장 기업 중 다수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주로 고수익·고위험의 바이오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에 앞서 대상 기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6개에 불과했던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청구기업은 지난달에만 25개로 급증했다. 지난달 유가증권·코스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스팩합병을 더하면 27개로 월 기준으로 2010년 이후 최대다.
유가시장과 코스닥 간 온도 차는 있다. 지난달까지 유가증권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포스코케미칼과 유가증권 신규상장 심사를 접수한 자이에스앤디 등 2개에 그쳤으나 코스닥에는 29개 기업이 몰렸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은 현대오일뱅크와 바디프랜드 등 조 단위 기업들의 상장철회 결정으로 기대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거래소가 연초 내세운 상장 규모 5조원 수준에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완료한 기업들의 총 규모는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반면 정부가 코넥스기업의 코스닥 이전상장 활성화, 신속상장 제도 등을 통해 상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확대한 코스닥에는 성장성을 내세운 기업들의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나친 코스닥 쏠림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부진이 예상됐던 IPO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업의 공모ㆍ상장 철회 결정에 올해 IPO 시장이 위축되는 듯 보였지만 이달부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며 “4월에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집중된 건 IPO 시장의 신뢰성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 대체로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신규 상장 기업을 눈여겨볼 만 하다. 신규 상장 후 4달 만에 주가가 2.5배로 뛰어오른 웹케시(053580)를 비롯해 천보(278280)와 이지케어텍(099750), 현대오토에버(307950) 등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신규상장한 기업 14곳 중 11곳이 공모가보다 높은 수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상장에서 나선 기업 중 다수가 잘 고르면 상장 후 큰 폭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바이오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체외진단기업 수젠텍(253840)이 청약을 마무리했고, 항암치료제 및 당뇨합병증을 개발 중인 압타바이오와 바이오 정밀의료기기 업체인 마이크로디지탈이 이달 말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치과용 영상진단장비 제조업체 레이와 한국바이오젠, 중국 완제의약품업체 보난자제약 등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바이오기업은 아니지만 세경하이테크와 에이에프더블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씨에스베어링, 까스텔바쟉 등도 매출기반이 탄탄한 중견·중소기업들 역시 코스닥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바이오·4차산업 분야 기업에 대한 코스닥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춤에 따라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한 코스닥 입성 러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방안 등의 영향으로 바이오 및 4차산업과 관련된 신규 상장된 기업 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단, 공모주 투자의 경우 공모구조에 따른 유통물량(오버행)과 기관경쟁률, 확정공모가, 시장 분위기 등을 면밀히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