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탄약고에서 근무하던 병사가 군 복무 중 악성 림프종에 걸려 사망했더라도 직무·훈련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국가유공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군 복무 중 악성림프종으로 사망한 장모씨의 부모가 광주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2009년 1월 입대한 장씨는 탄약정비대로 배치돼 탄약고 등에서 근무하다 비호치킨 림프종이 발병해 같은 해 10월 사망했다. 장씨가 근무한 탄약고는 페인트 희석제나 코팅 희석제 등을 사용하는 곳으로 인체에 유해한 벤젠이나 시클로핵산 등의 화학물질이 검출되는 곳이었다.
이에 장씨 부모는 장씨가 군대 직무수행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했다며 2013년 2월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광주지방보훈청은 이를 거부했다. 순직군경이 아닌 재해사망군경으로 처분한 것이다. 이에 장씨 부모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군 복무 중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탄약고에서 유해물질을 이용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져 림프종이 발병했을 가능성 외에 달리 특별한 발병 원인을 찾아내기 어렵다”며 장씨를 순직군인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국가유공자법 상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이 질병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거나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유해물질이나 유해환경에 상당기간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돼야만 순직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장씨가 순직군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탄약 정비가 급성 질병의 원인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