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 대통령 간 통화내용을 공개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한국당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청와대가 부처 공무원의 휴대폰을 강제로 거둬 감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합동감찰 결과에 따르면 강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인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는 지난 7일 한미 정상의 통화내용을 열람한 뒤 그 내용을 강 의원에게 알려줬다. 나 원내대표는 “(강 의원의 폭로는) 이 정권의 굴욕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의 성격이 짙다”며 “정권이 ‘구걸외교’를 들키자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우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익제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공익제보는 조직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두 정상 간 통화내용이 부정과 비리가 있는 공익제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은 한미 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안보 문제가 굉장히 민감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이 3급 국가비밀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것이 누설된 것에 대해서는 한반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공익제보라는 정의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통화내용을 강 의원에게 유출한 외교부 직원의 징계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외교부에서 감찰 결과를 발표한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강 의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강 의원은 우리의 조사 대상,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9일 청와대가 강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정상 간 통화가 있었던 원본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기밀을 발설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제가 드릴 말씀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임지훈·양지윤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