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옥림빌딩에서 열린 라이프스타일 TV 팝업스토어에서 삼성전자의 TV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달 29일. 한종희 삼성전자(005930)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옥림빌딩에 마련한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언제 출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한 사장의 반응은 퉁명스러웠습니다. 그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연구 개발 차원에서 하고 있다”며 현재 제품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OLED TV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우선 현재 삼성그룹에서 추진되고 있는 TV용 대형 OLED 패널 투자가 삼성디스플레이 주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OLED 패널 투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작년 10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경영진으로부터 ‘차세대 제품 개발 현황 및 투자 전략’에 대해 보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주 내용은 대형 OLED 패널 개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부회장도 대형 OLED 패널 개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에게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야가 대형 OLED 패널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직접 대형 OLED 패널 사업을 챙기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곧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썩 달가워 보이지 않습니다. 명색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데 OLED TV가 삼성디스플레이 주도로 추진되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기술(IT) 계열사들은 ‘삼성후자’로 불린다”며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다른 계열사 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계열사 주도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마음에 들 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대형 OLED TV를 생산하게 되더라도 그 공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올레드 TV의 시초가 LG전자(066570)라는 점도 삼성전자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올레드 TV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해 누적 판매 대수 400만대를 돌파하면서 올레드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올레드 TV에 맞서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LED) TV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양사의 자존심 싸움도 치열합니다. 한종희 사장과 권봉석 LG전자 MC·HE 부문 사장은 공개적으로 상대편의 제품을 깎아 내리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습니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LG전자가 주도하는 올레드TV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들 리가 없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결국 삼성전자가 올레드 TV 진영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초 지난 4월로 예정됐던 투자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애초 지난 4월 충남 아산의 LCD 공장 일부를 가동 중단하고 그 자리에 퀀텀닷올레드(QD-OLED) 생산 라인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며 “8월께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