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로 내년까지 변동성 클듯...안전자산 위주 투자를

[머니+ 글로벌포트폴리오 가이드]
■지금은 사야 할 때가 아니고 지켜야 할 때
시장 총수요 회복안된 상황서 공급주도의 성장 속도조절 예상
주식 등 위험자산 지난 몇년처럼 높은 수익 기대하기 어려워
하반기 잠시 투자 쉬거나 국채·금 중심으로 위험 대비 필요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모든 투자자들의 영원한 딜레마는 지금 사야 하는가 아니면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투자의 목적이 결국은 수익의 획득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매수와 매도는 수익을 결정짓는 최종적인 액션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앞에 두면 누구나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다. 아무 것도 사지 않는다면 내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지만 일단 무엇이든 사게 되면 그 결정은 내 자산의 총량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자. 여기 서로 다른 투자성향을 지닌 두 명의 주식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투자자 A는 판단이 잘 안 설 때 일단 매수부터 하고 보는 사람이다. 투자자 B는 보다 신중해서 확실한 믿음이 없으면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긴 시간이 흐른 후 이 두 사람 중 어느 쪽의 수익률이 더 좋을까.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로 A의 수익률이 B의 수익률을 상회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자산시장의 속성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다. 한 시장의 경제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인구증가가 큰 이유지만 설령 인구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을 유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주가지수 역시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대체로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은 상승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상승과 하락은 형태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융자산의 가격변동은 비대칭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즉 상승기보다 하락기에 변동성이 더 크다는 특성이 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상승은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하락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진행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작위로 투자를 결정했을 때도 이익과 손실을 볼 확률이 각각 반반이 아니고 수익을 얻을 확률이 다소 더 높은 것이다. 이는 적극적 성향의 투자자가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 대비 장기적으로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이런 논리에 따라서 올해 하반기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략이 옳을까? 모순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자산가격의 상승은 길고 하락은 짧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올해와 내년이 그 하락구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글로벌경제는 지난 2008년 한 차례 격렬한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미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강력한 완화정책으로 금융위기에 대응했고 이때 시장에 공급된 막대한 통화량은 그 후 10년에 걸쳐 자산시장 상승을 이끌어 왔다. 공식적으로 2009년 6월에 시작된 이번 경기확장은 다음 달 이면 정확하게 10년(120개월)째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역사상 최장 기간에 걸친 경기확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확장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에 있다. 경기변동 사이클은 다소 불규칙적으로 등락하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주요 경제권에서는 경기둔화 조짐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IMF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GDP 성장률을 계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소비와 생산 지표는 아직 명료한 방향성을 보여주진 않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물가상승률과 시장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총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 주도의 경제성장은 결국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개연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를 투자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시장에서 지난 수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항상 상승만 하는 자산시장이 존재할 수 없듯이 지금은 하락에 대비하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반드시 비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 상승은 길고 하락은 짧다. 만약 정말로 올해와 내년에 걸쳐 큰 폭의 하락이 나타난다 해도 시장은 이내 바닥을 확인할 것이고 그 후 다시 한 번 투자에 좋은 환경이 도래할 것이다. 증시가 하락하는 구간에도 투자의 기회는 찾을 수 있다. 위험자산이 흔들리는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의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바로 국채와 금이 이에 해당한다. 시장금리가 당분간 추가적으로 하락한다면 이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과거 증시가 큰 변동성 장세로 접어들 때 금 가격은 안정적으로 가치가 유지된 바 있다. 올해 하반기는 잠시 투자를 쉬거나 혹은 안전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며 위험에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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